남경필 경기지사의 행보가 흥미진진하다. 지난 4월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부터 더욱 그렇다. 선거결과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참패를 당하며 현 정부와 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면서 차기 대권을 겨냥한 ‘새 인물론’이 일자 그동안 움츠렸던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처음엔 그저 자당을 생각하는 전직 5선 국회의원으로서, 집권당 출신의 현직 경기지사로서 총선 민의를 반영해 당과 정부의 변화와 개혁을 주문하는 쓴소리려니 했다. 국회의원시절 당내 젊은 정치인의 리더로 변혁을 주도했던 만큼 당이나 청와대가 가야 할 길을 나름 제시하는 충정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당과 청와대가 혼선을 빚고 총선 민의를 제대로 수용치 못하자 그의 행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거기에는 벌써 불거진 차기 대권 후보론이나 잠재적 대권 주자론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한몫한다.
2년 전 경기호 선장이 된 이후 남 지사는 이랬다. 정치적으로는 경기도의회를 중심으로 한 ‘연정’, 도민의 아픔을 달래는 복지로 ‘따복’, 행정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오디션’ 등을 통한 경기도와 경기도민의 변화상 구현에 매진했다. 물론, 이는 현재까지도 진행형이고 남 지사 역시 70~80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고 어느 정책토론회를 통해 자평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경기도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1등이다.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을 걱정해야 하는 자리다”며 청와대호 승선을 준비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의 서울 집중화로 발생하는 폐단을 치유해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개헌론을 제기하더니 구체적인 방안으로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어 지난 21일 경기언론인클럽 초청 정책토론회에서는 역대 정권이나 정치세력이 말로만 주창해 온 영호남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한 양당 체제를 깨는 선거구제를 개편하자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깨끗한 권력의지, 모범적인 자기 관리로 큰 스캔들이 없었다”면서도 “변하지 않는다. 국회와의 협력이 아쉽다”는 등 가감 없는 질타와 평가를 하고 있다.
무례할지는 모르지만, 지난 1996년 부친 남평우 의원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치러진 수원 팔달 보궐선거에서 첫 금배지를 달면서 꼬리처럼 따라붙었던 ‘여의도 오렌지’가 맞나 싶을 정도다.
여하튼 대권과 관련해 남 지사는 “내년에 슛을 때릴지, 어시스트를 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왕이면 슛을 때려 ‘골’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넘어야 할 산도 높고 품어야 할 인재도 많다. 경기도민을 비롯해 개혁과 변화를 갈구하는 국민에게도 답을 주어야 한다. 특히, 1등 경기처럼 1등 대한민국을 만드는 비전과 전략도 준비해 여론의 심판도 받아야 한다. 아마도 남 지사는 슛을 하든 어시스트를 하든 이런 준비 때문에 결정의 순간을 내년으로 미뤘을 것이다.
그의 결정에 사족을 달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어떤 결정도, 결정 후의 행보도 혼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남 지사가 보여줄 또 다른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왕이면 경기도민을 넘어 국민과 함께 꾸는 꿈이었으면 한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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