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중파의 한 프로그램은 “살기 힘들어요” 주관적 BAD 지표 8개를 분석하여 한국에서 다음의 도시들이 살기 나쁜 도시라고 뉴스로 내보냈다. 재정구조는 전남 신안이 부실하고, 경남 창원은 술을 가장 많이 마시고, 충남 청양이 자살률이 높고, 경기 포천은 흡연율이 높고, 강원 인제는 비만의 도시이고, 경기 광명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있고, 경기 동두천은 이혼율이 높다는 것이다. 대체, 이런 자학적인 분석이 무슨 의미가 있는 순위 매김일까? 분석의 표본과 정확성도 심히 의심스럽지만 무엇보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 필자는 도무지 알아챌 수가 없다.
우리가 집단을 발전시키기 위해 하는 평가는 이미 주지하고 있는 것처럼 비난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단순한 예를 들자면 기업이 성과연봉제를 지향하고 국가기관이 청렴도를 측정하는 것은 긍정적 피드백을 생산하기 위한 과정으로, 그 목적은 상벌이 아니라 전체 집단의 질적 향상에 있다.
이러한 방향성을 잃은 채 자극적인 가십거리가 될 만한 소재를 사용하여 성추행이 가장 높은 기업, 이혼을 가장 많이 한 국가기관,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공공기관, 하는 식으로 골라내기를 한다면 얼마나 반(反)생산적인 것일지 설명할 가치가 있을까?
대한민국은 낱개로 조각내서 흥밋거리로 만들기에 합당한 도시가 있는 곳이 아니다. 어떤 도시는 국가 안보를 위해 전체면적의 40% 이상을 미군공여지로 내놓으면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어떤 도시는 한미군사동맹의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적 수익을 얻었다. 국가발전을 주도하기로 계획한 핵심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가 있어 성장에 따른 수혜는 분명히 그 크기가 달랐다. 그럼에도 각 지역들이 다름을 감내한 까닭은 더 상위 가치인 부강한 국가형성에 이바지 하고자 함이었다.
이제 와서 그 결과를 굳이 순위로 매겨야만 한다면, 그 또한 오롯이 상위가치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행해져야만 할 것이다. 올바르지 못한 잣대를 들고 지역을 긋고 재는 것은 사회구성원의 희생과 노력을 폄하하는 얕고 얇은 어리석음 일뿐이다. 우리 사회가 구별과 지적으로 전체 구성원의 사기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 나아지기 위하여 긍정적 촉매재의 역할을 하는 순위 매김을 터득 할 수 있기를 바람 해 본다.
윤수정 동두천시청 주민생활지원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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