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매니저를 왜 하냐는 물음이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뚜렷하게 말할 거리를 찾지 못한다. 버스정류장 매니저라고 수고비를 받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분보장도 되지 않는데 거기에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깝지 않느냐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 참 갑갑하다. 버스정류장 매니저 활동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수원에 살면서 여럿이 함께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이 청결하고 안전한 공간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버스정류장 매니저 활동은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버스정류장을 오고 갈 때마다 버스정류장 시설물에 불법 광고물이 있는지 그냥 지나치지 않고 눈을 크게 뜨고 살피게 된다. 불법 부착물을 떼고 주변의 담배꽁초를 줍고 파손된 부분은 없는지 어제와 오늘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살핀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버스정류장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니 애착을 갖게 되었다.
그런 관심이 생활 속의 불편함을 없애고자 하는 지침이 되었고 귀찮고 남에게 미루었던 것에 많은 부분 관심을 두게 되었다. 외출할 때마다 비닐봉지를 돌돌 말아 가방에 넣고 커터칼도 챙겼다. 여성의 가방 속 소품이라기엔 생소한 품목이다.
날마다 버스정류장에는 경쟁하듯이 불법 광고물이 붙어 있다. 학원, 피트니스센터, 부동산 등 다양한 광고물이다. 그중에 악성 광고물은 아파트 분양 광고물이다. 날마다 제거하지만, 다음 날이면 또 버스정류장 시설물 기둥에 뭉치로 묶여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고착돼 잘 떨어지지 않고 있었던 테이프 조각들도 문제다. 손으로 떼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고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휘어지는 커터칼이 약간의 도움은 됐지만 생각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테이프를 긁어내는 동안 버스를 이용하기 위한 시민들이 오고 갔다. 그리고 흘끔흘끔 훔쳐보는 듯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당당하지는 않았다. 창피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고 반복되는 활동 속에서 그런 마음은 없어지고 청결해진 버스정류장을 보면서 오히려 가슴 뿌듯한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버스정류장 매니저 제도는 전국 최초로 수원시가 시행하는 것이다. 버스정류장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버스정류장을 주변 상가 입주민, 희망 시민 등에게 개별 입양(매니저 지정)하여 늘 깨끗하고 밝은 환경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시설물 (유리 전기) BIT(버스도착 알림) 파손 시 즉시 신고하고, 불법 광고물(전단) 등을 제거한다. 해당 버스정류장의 효율적 유지관리에 관한 의견을 대중교통과에 제안도 할 수 있다. 유리파손, 노선도 파손, 조명시설 미점등 등 긴급을 요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업체에 직접 연락하여 처리될 수 있도록 한다. 수원에서 전국 최초로 운영한다니 자부심이 더 크다.
버스정류장 매니저로 활동은 밴드로 확인할 수 있다. 버스정류장 시설물의 깨진 유리 때문에 위험지대로 변한 시설물이 원상 복구되는 것을 지켜보고, 고장 난 BIS시스템 복구를 지켜본다. 전단을 제거 할 뿐만 아니라 정보 전달의 소통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회원들의 동향을 살필 때마다 혼자가 아니고 함께라는 것에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아무 대가도 없이 활동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인증 샷은 이기적이고 개인주의 마음을 떨쳐버리게 한다.
심춘자 수원시 버스정류장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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