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상호도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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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준비하여야 하는 사항들은 참으로 많겠지만, 자기 사업의 이름을 정하는 것도 그 중 하나로 반드시 포함된다. 다른 사람의 사업과 구별되는 내 사업만의 개성을 표시하고 동일성을 식별하기 위한 ‘내 사업의 이름’, 그것이 바로 상호이다. 그러나, 상호는 단지 사실상의 개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한 규율의 대상인 법적 개념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사업에 사용하는 상호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상호권이라 부른다. 우리 법은 상호권을 중시하여 상호등기 제도를 마련해 두었다. 회사의 상호는 반드시 등기하여야 하지만, 개인 상호의 등기는 사업주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만, 아래에서 보듯이 상호를 등기해 두는 것은 여러 모로 유리하다.

 

상호권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타인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상호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예컨대 홍길동 씨가 수원시 인계동에서 ‘짜장천국’이라는 상호로 중국집을 오픈했다면, 다른 사람들은 홍길동 씨가 ‘짜장천국’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것(간판을 달거나 광고 전단을 만드는 것 등)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사용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호권자가 다른 사람에 대하여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것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호를 사용하지 말 것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입소문을 타고 ‘짜장천국’이 선풍적 인기를 누리자, 이에 샘이 난 임꺽정 씨가 ‘짜장천국’ 맞은편에 ‘자장천국’을 오픈하였다고 하자. 이처럼 부정한 목적으로 타인(홍길동)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하는 경우, 이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게 된 기존의 상호권자인 홍길동 씨는 임꺽정 씨를 상대로 간판철거, 광고 삭제, 등기말소 등 상호의 폐지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와 더불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여기서 임꺽정 씨의 ‘자장천국’ 때문에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점은 상호권자인 홍길동 씨가 입증하여야 한다. 그런데, 홍길동 씨의 ‘짜장천국’이 등기된 상호인 경우, 위 입증 자체가 필요하지 않음은 물론 임꺽정 씨에게 부정한 목적이 있었다는 점도 추정된다. 이처럼 상호를 등기하는 것은 여러 모두 유용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상호권 분쟁의 핵심은 결국 오인가능성, 즉 상호의 유사성이다. 상호의 유사성이란 상호가 주요 부분에서 동일한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그 최종 판단을 위한 획일적 기준은 없으며, 영업의 종류와 규모 등 여러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에서 본 ‘자장천국’의 사례는 오인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두 업소는 업종이 같고 상호도 유사하다. ‘짜장천국’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온 소비자는 혼동하여 ‘자장천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충분이 있다.

 

한편, 상법 제22조는 등기상호권자의 등기배척권을 규정하고 있다. 즉, 타인이 등기한 상호는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영업의 상호로 등기하지 못한다. 따라서 홍길동 씨가 이미 수원시에서 ‘짜장천국’을 등기하였다면, 임꺽정 씨는 수원시에서 동일한 중국집 영업을 위한 상호로 ‘자장천국’을 등기하지 못한다(위 규정에서는 임꺽정 씨에게 부정목적이 있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만일 어떤 경위로 ‘자장천국’도 이미 등기가 이루어졌다면, 홍길동 씨는 임꺽정 씨를 상대로 상법 제22조에 직접 근거하여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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