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득점권은 집중력이 가장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공격도, 수비도 점수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맞서는 이 순간 희비는 엇갈린다.
소위 잘 나가는 팀은 여지없다. 적시타든, 볼넷이든, 희생 플라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득점을 뽑는다. 안 되는 팀은 왜 자신들이 안 되는지를 보여준다. 삼진, 병살타, 실책. 득점은 커녕 분위기까지 가라앉는다.
이번 시즌 kt wiz는 득점권에서 강하다. 득점권 타율이 무려 0.308로 이 부문 1위다. 조범현 kt 감독은 “뭔가 잘못됐겠지”라며 실소를 짓는다. 물론 조 감독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는 매일 300페이지가 넘는 데이터를 전력분석팀으로부터 넘겨받아 살핀다. 이 안에는 득점권 타율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6월 kt의 득점권 타율을 보면 조 감독의 실소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0.229로 10개 구단 중 8위다. 득점권 타율이 저조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다. 경험 많은 김상현(36)과 이진영(36)은 각각 허리와 옆구리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고, 박기혁(35)과 박경수(32), 앤디 마르테(33)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 출전이 들쭉날쭉했다.
kt는 이대형(33), 오정복(30)을 제외한 나머지 타순을 젊은 2진급 선수들로 채워 경기하고 있다.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김선민(26), 배병옥(21) 등 모두가 득점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대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경험 부족은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kt의 이달 절대 출루율(IsoD)은 0.81, 득점권 때는 0.54로 떨어진다. 타석당 삼진도 14%에서 17%로 늘어난다.
조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엷은 선수층 탓에 고민이 많았다. “주전 선수 하나가 빠지면 그 자리를 메울 자원이 마땅치 않아 타격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당시 우려가 정규시즌 개막 두 달 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 감독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젊은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백업 선수들이 강한 팀이 진짜 강팀”이라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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