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미네르바 대학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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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가에서 미네르바 대학이 큰 화제다. 미네르바 대학의 가장 큰 특징은 캠퍼스 없는 대학교라는 점이다.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실시간 영상통화를 통해서 교수와 학생 간의 쌍방향 소통과 토론이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지식의 습득과 전달에 있어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우선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적 석학의 수업을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원하기만 하면 수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현지에 유학가지 않아도 해외 유명교수에게 최고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교수자의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교수-학생 간 소통이 활발해져서 효과적인 지식전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업시간에 체크해야 하는 출석, 발표 횟수, 참여도 등이 자동 집계되기 때문에 교수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즉 수업외적인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시켜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고, 시공간적 제약 없이 쌍방향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지식 전달 및 습득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때문에 미네르바 대학의 교육시스템은 미국의 몇몇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저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대학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볼 때 큰 매력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효율성의 극대화가 대학이 추구해야 할 유일한 좌표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기업의 경영방식대로 효율성의 가치만을 숭배한다면 자칫 대학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들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전문지식을 갖춘 단순한 기능인이 아니라, 집단을 이끌 수 있는 ‘전인적 리더’를 양성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전인적 리더는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소통능력은 온라인상의 교육으로는 제대로 길러지기 어렵다. 특히 첨예한 의견 대립 시 서로 양보하고 합의점을 도모하는 체험을 통해서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한계가 있다. 아울러 소통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공감능력을 가르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교과이외 활동의 가치가 무시될 수 있다. 대학의 동아리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봉사나 의료 낙후지역에서의 의료봉사는 소외계층에 대한 사랑의 실천과 나눔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하지만 이는 온라인교육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미네르바 대학이 기존 오프라인 교육의 단점을 보완하는 혁신적 모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이 새로운 교육모델에 대해 충분한 논의 없이 즉흥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경우이다. 일부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이 모델이 갖는 장단점을 장기적 관점에서 면밀히 분석하고 논의하여 채택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대학이 전문적 지식과 함께 사회적 책임의식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전인적’ 인간상을 추구한다면 미네르바 대학에 대한 막연한 환상보다는 그 실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조용길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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