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굣길, 수원시 곳곳에서 ‘지방재정 개편 반대’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눈에 띈다. 이 문구의 의미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또 관심을 두고 있는 청년이 많을지는 의문이다. 좀 더 포괄적으로 말하면, ‘내가 낸 세금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을 위해서 잘 쓰이고 있는지’ 자세하게 알고, 또 관심을 두고 있는 청년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지난 4월 22일 행정자치부는 ‘2016 국가 재정 전략회의’ 중에 지방재정제도 일부를 개정예정이라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시군조정교부금 배분 방식의 평가 기준 중 인구수의 반영비율을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하는 것, 법인 지방소득세 일부를 도세로 전환해 나머지 시군에 균등 배분한다는 것이다.
일단 일반인이 듣기에 용어가 생소해 쉽게 와 닿지 않는다. 먼저 ‘시군조정교부금’이란 기초지자체가 시민과 기업으로부터 도세(취ㆍ등록세)를 받아주면 그 대가로 도가 지자체에 주는 돈이다. 그리고 ‘법인지방소득세’란 지자체가 유치한 기업에서 이윤을 창출했을 때 이에 따라 해당지자체에 내는 세금을 말한다.
용어를 들어도 어렵다. 좀 더 간단한 이해를 위해 대학생인 필자의 입장에서 비유를 해본다면 이렇다. 나는 아주대 학생으로서 장학금이나 학교 산학시설, 양질의 수업, 편의 시설 등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등록금을 낸다. 당연히 재학생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재학생도 모르는 사이, 교육부가 등록금의 일부를 가져가서 등록금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른 학교에 선심 쓰듯 나눠준다.
그동안 주던 학교 운영 지원금도 줄어든다. 결국 내가 아주대에 낸 등록금은 내가 가본 적도 없는 다른 대학에서 쓰인다. 그리고 오히려 지금 받던 장학금 규모가 작아지고 학생 식당 음식의 질이 예전 같지 않으며, 편의 시설이 점차 열악해지는 등 혜택이 줄어든다. ‘어느 날 갑자기’말이다.
며칠 전 총학생회를 찾아온 수원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수원시의 경우 정부의 개편안이 시행되면 그동안 정부로부터 받던 교부금과 법인지방소득세 등 총 1천800억원 가량의 세입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예산 삭감이 불가피 하다. 인구 125만의 도시에서 1천800억 예산이 줄어든다는 것은 학생식당의 음식 질이 예전 같지 않은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수원시의 경우 기존에 추진해 왔던 누리과정, 무상급식 등 각종 복지사업이나 지하철 연장, 구도심 재개발 등의 각종 개발 사업이 축소 내지 폐지를 피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군 공항 이전, 컨벤션 센터 건립 등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모든 신규 사업 추진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라고 한다.
지방자치단체 간 형평을 위한다는 정부의 말은 언뜻 일리 있어 보인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말에 틀렸다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방재정자립도가 절반도 되지 않는 지자체들에게서 세수를 빼앗아 세수가 적은 지자체에게 주는 것은 ‘서민에게 돈을 빼앗아 가난한 이에게 나눠주어 모두가 가난해지게 만드는 형국’이다. 또한 지방 재정 자립도가 줄어든다는 것은 지방의 자생력이 약해진다는 것, 즉 지방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에 힘이 집중되도록 하기 위한 정책, 즉 지방무력화 수단과 다름없는 이러한 정책에 대해 우리 청년을 비롯한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주시해야한다. 지방자치법과 행정, 재정 관련 용어에 무지하다고 해도 우리 모두가 세금을 내고 있으며 그 세금이 자신의 생활을 위해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그리고 모든 시민은, 자신이 낸 세금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올바르게 쓰이도록 집행할 권리를 대표자에게 ‘빌려준’ 유권자다. 아주대 총학생회도 온전한 지방자치 실현을 통해 나라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지방재정개편 추진 반대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이경진 아주대학교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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