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남긴 어록을 보면 ‘문치규장(文治奎章) 무설장용(武設壯勇)’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당대에 만들어진 규장각(奎章閣)이 단순한 왕실 도서관정도로 이해하지만, 그 규장각에 근무하던 신하들은 정조의 정치적 외로움을 풀어줬던 신하이자 벗이었다. 우리가 책에서 자주 보았던 이름인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정약용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정조의 친위부대 장용영은 주력부대인 외영을 수원에 강력한 성곽인 화성을 쌓고 그곳에 주둔시켰다. 그렇게 정조는 문과 무를 함께 장악하며 새로운 조선을 디자인하려 했다. 일단 개혁을 하려면 기득권 세력보다 많이 알아야 했고, 그들보다 강력한 군사적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정조에게 장용영 군사들이 수련한 ‘무예24기’는 정조를 넘어 조선을 지키는 무예였다. 말 그대로 조선의 국기가 바로 ‘무예24기’였다.
4월 29일 오후 7시 30분, 수원 화성행궁 앞에서는 지난해 시립으로 승격된 수원시립공연단의 새로운 작품이 선보인다. 연극과 무예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시립공연단의 이번 작품은 ‘관무재(觀武才), 조선의 무예를 지켜보다’(연출 최형국)라는 제목으로 정조와 수원 화성을 연결하는 고리인 무예24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관무재는 조선시대에 군사들의 대표적인 승진시험 중 하나였다. 그 이름처럼 군사들이 익힌 무예를 국왕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였기에 충성심과 기량이 높은 장교들을 뽑는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정조는 수원 화성을 지켰던 장용영 군사들이 익힌 무예24기를 관무재의 핵심 내용으로 삼기도 하였다.
본 공연은 정조가 수원화성에 행차하여 장용영 군사들의 무예시험을 참관하는 기본 내용에 노래와 무용을 더하여 뮤지컬로 연출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다. 강인한 조선의 무예와 아름다운 선율이 어우러진 수원만의 독특한 전통문화콘텐츠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 수원 화성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수원 화성의 아름다운 야경과 함께 펼쳐질 ‘관무재’는 수원 화성의 가치를 한껏 더 돋보이게 할 것이다. 이제는 문화콘텐츠를 말할 때에도 양보다는 질을 논해야 한다.
한번을 보더라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콘텐츠가 수원 화성에도 자리 잡혀야 한다. 오죽했으면 기업에서도 고객감동을 최고의 목표로 마케팅을 진행하겠는가. 이제는 수원의 관광마케팅에도 ‘감동’이라는 단어가 새겨져야 한다. 단 한 번을 보아도 매력적인 문화콘텐츠, 단 한 번을 체험에도 짜릿한 생동감 있는 문화콘텐츠는 수원 화성에 아직도 조용히 잠자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전파하려면 화성의 본질인 전투용 성곽과 그곳을 지켰던 장용영 군사들이 익힌 무예를 중심으로 설명을 풀어가야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하지만, 정조의 말처럼 화성의 아름다움은 적에게 두려움을 줄 정도의 감동으로 인식되었다. 이제 무예24기를 통해 수원만의 아름답지만 강력하고 두려운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보급할 때가 왔다. 그 시작에 관무재가 있다.
최형국 수원시립공연단 상임연출·역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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