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유커 4천500명 월미도 치맥파티? 인천에 도움은 별로

지난달 말은 인천 전역이 중국 화장품 유통기업인 아오란그룹 6천여명이 방문하면서, 유커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당시 월미도 문화의 거리 400m에 마련된 750개 테이블에 중국 아오란그룹 기업회의와 인센티브 관광객 4천500여명이 허기진 배를 치킨과 맥주, 즉 ‘치맥’으로 달랜 소식은 전국적으로 히트였다. 지역의 50개 점포에서 각 30마리씩 공수된 1천500마리의 치킨과, 4천500개의 캔맥주까지 유례없던 진기록이 쏟아졌다.

6인용 테이블 750개, 의자 4천500개도 월미도 해변 300m 구간에 나란히 설치했다. 이들을 수송하는 관광버스 140대가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자 인천시는 월미도 갑문 매립부지를 임시주차장으로 내줬다.

 

기업회의 때에는 참가자 6천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장소를 도저히 구할 수 없자, 결국 송도컨벤시아 주차장을 대형 현수막과 밝은 조명 등으로 최대한 레스토랑 수준으로 꾸며 식당으로 쓰이기도 했다.

 

인천은 이번 아오란그룹 유커 방문으로 숙박비, 식비, 쇼핑 등으로 12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즉 우리가 준비하지 못한 게 많다는 것이다. 아오란그룹이 내년과 내후년에도 인천을 계속 찾는다고 하니, 이번 사례를 철저하게 뒤돌아보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아쉬움의 첫 번째는 쇼핑지역이다. 유커는 모 두 서울로 갔다. 서울에 있는 대형 면세점들을 찾은 것이다. 서울의 면세점은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아오란그룹 방문 기간 약 2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고, HDC신라면세점은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이 평소의 2.3배 증가했다고 한다. 갤러리아면세점63의 매출도 아오란그룹 유커들이 찾은 하루 매출이 3월 일 평균 매출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인천에 있는 시내면세점 엔타스 듀티프리의 수익은 고작 1억원을 넘는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방문객 수도 1천여명으로, 서울지역 면세점들엔 한번에 4천여명씩 몰린 것에 비하면 초라했다. 엔타스측의 일정에 일부 변동이 생기면서 첫날 손님이 못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인천이 서울과 비교하면 면세점 수를 비롯해 상품 다양성 면에서 경쟁력이 밀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뿐만이 아니다. 수백 개의 점포가 몰린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부평지하상가 등 지역 내 지하상가는 물론, 지역 내 많은 쇼핑공간 등과 이번에 인천을 찾은 아오란그룹 유커는 전혀 연계되지 않았다.

 

이번 아오란그룹 유커의 방문으로 인천 관광지 또한 대박을 터트리지도 못했다. 이 역시 대부분 서울·경기도 등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한 방송국의 인기드라마인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인 인천 송도석산과 인천대학교 등에 유커들이 많이 몰리며, 새로운 관광장소로 떠올랐지만 기존의 관광지는 외면당했다. 바로 ‘한류 관광’이라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커들은 드라마 촬영지를 중심으로 둘러보는 관광이 끝이었다. 스토리도 없고, 스냅사진과 광고판 이외에 볼 게 없기에 이들은 관광지에서 기념품 구입 등을 위한 돈도 쓰지도 않았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스토리가 있는 관광 인프라나 체험 위주 관광은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유커들은 실제 관광의 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쇼핑으로만 자꾸 몰아가는 프로그램에 대해 쓴소리를 뱉어내기도 했다.

 

인천은 이젠 내년 아오란그룹의 재방문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유커들이 서울로 가지 않고 인천에서 쇼핑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연계해 준비하고, 인천의 역사와 문화 등을 알릴 수 있는 관광지로 유커들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민수 청운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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