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만이 남긴 교훈

최무영.JPG
지난 4ㆍ13 총선 결과를 보면서 국민의 심판이 얼마나 준엄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뒤늦게 무릎 꿇고 빌면 될 줄 알았다. 적당히 오만해도 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어림도 없었다.

 

국민의 심판은 가혹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역량이 살아있음을 여지없이 보여 줬다. 무릎을 꿇고 조아리며 절까지 하면서 잘못을 뉘우친다 해도 진정성이 없는 메아리였을 뿐 이었다.

 

당초 야당은 당대표의 오만이 탈당으로 당이 쪼개지면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더니 여당은 지존(?)의 미움을 산 한 사람을 찍어 내려다가 집안이 거덜 났다. 완장 채워주면 죽창을 들고 나오듯 오만의 칼춤이 민심의 반발을 낳고 말았다. 그래도 괜찮은 줄 알았다. 그 정도는 그냥 봐 줄 줄 알았다. 그러나 국민은 가차 없이 냉엄한 심판을 내려 제3당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과반 이상을 자랑하던 제1당을 제2당으로 밀어내 버렸다. 국민의 선택은 절묘했다. 어느 당도 과반을 넘지 못하게 했다. 오만하지 말라는 지엄한 명령이다.

 

국민의 선택은 심판 그 자체였다. 과거 여당의 아성이었던 낙동강벨트를 무너뜨렸다.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지역에 대선주자로 각광 받던 거물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며 야당 중진의 손을 들어 줬다.

 

반대로 원조 야당인 호남의 적통을 버리고 제3당으로 휘몰아 줬다.

서울권의 전통 보수지역도 진보의 손을 들어 줬다. 수도권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찍어 내려던 사람을 전에 없는 지지율로 보호해 주었다. 그래서 11명의 무소속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제 곧바로 제1당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가 시작될 것이다. 무소속 당선자들의 값이 치솟을 것이다. 제1당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그들을 극진히 모셔야 한다.

 

선거운동 중에 탈당 무소속 당선자를 복당시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다니면서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더 많은 국민의 냉소와 개탄을 자아내게 했다.

 

제1당은 국회운영에 많은 이니셔티브를 갖는다. 국가 서열 2위인 국회의장도 될 수 있고 국회 위원장도 더 많이 맡을 수 있다. 국회운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1당이 되는 것이 급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무소속 당선자를 다 모신다 해도 과반수는 어림없다. 참 묘한 심판이다.

 

선거 후유증이 거세다. 호남으로 두 번씩 찾아가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으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오만을 떨던 야당 전 대표가 100% 지지하지 않음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음에도 어정쩡하게 또 말을 흐리며 꼬리를 감추고 있다.

 

반대로 여당 대표는 개표가 끝나자마자 참패를 깨끗이 승복하며 사퇴했다. 후유증은 대선 주자들의 부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민심을 천심이라 했다. 이번 20대 총선은 그 천심을 거스르려다 큰코다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 한판이었다.

 

일면 앞날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양쪽 끈을 잡고 서로 죽기 살기로 밀당을 하던 답답한 상황에서 가운데 끈을 하나 더 달아 줘서 어느 한쪽을 당기거나 밀어낼 수 있도록 한 국민의 절묘한 선택이 균형을 잡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그래도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속는 셈치고 또 다시 기대해 보기로 하자.

 

최무영 (사)천사운동본부중앙회 본부장·이학박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