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은 찬밥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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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기상호조로 쌀농사가 작년에도 대풍이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쌀 생산량은 작년보다 0.4% 증가한 425만8천t이었다. 좋기는 한데, 이러한 대풍으로 남아도는 쌀이 더욱 늘어나 해가 갈수록 창고에 쌓이는 쌀이 증가하면서 정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의 쌀 재고량은 한계치를 이미 넘어선 상황이다. 정부에 따르면 이미 작년 9월말 기준으로 쌀 재고량은 136만t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적정 규모에 비해 약 56만t이나 많은 규모이다. 특히 작년의 대풍으로 쌀 재고량이 크게 늘어 올해 현재 쌀 재고율은 적정 재고율에 비해 두 배 가량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쌀 소비도 문제이다. 쌀은 안타깝게도 최근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쌀 소비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쌀 소비는 식습관의 서구화와 바쁜 생활로 인해 1인당 2010년 72.8kg, 2012년 69.8kg, 2014년 65.1kg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쌀 소비량 감소로 인해 쌀 재고량이 증가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농가소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처 소비되지 못한 쌀은 관리에 따른 추가비용도 발생한다. 우선 재고량이 1% 늘어나면 가격은 0.12%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쌀 가격 형성에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쌀 재고량이 늘어나면서 관리비만 1년에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쌀 재고 10만톤을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연간 316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식품부가 2015년 쌀 수급 안정을 위해 20만톤을 수매해 격리하기로 밝힌 만큼 산술적으로 쌀 재고를 관리하는데 최소 620억원의 국민혈세가 추가로 투입돼야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이 시점에서 그 어느 때 보다도 현명한 쌀 소비촉진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쌀 소비를 늘리려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쌀을 단순히 매일 먹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효능을 가진 기능성 식품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TV, 라디오는 물론 최근 트렌드에 맞춰 SNS 및 모바일을 통한 홍보를 강화시켜야하고, 다양한 쌀 요리법을 개발하고 품평회, 시식회 등을 통해 생활 밀착형 홍보를 병행한다면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쌀 관련 가공산업의 발전도 필수적이다. 우리보다 앞서 쌀 소비촉진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은 밀가루의 10%를 쌀가루로 대체해 사용하자는 ‘R10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쌀 가공 산업발전의 최적지로써 현미밥, 가공밥, 약주, 탁주, 떡과류, 미과 등을 지역 전략 작목으로 추진한다면 약 10%의 쌀 소비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쌀가루 가공식품의 다양화를 통해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산비 절감기술, 표준화된 식품 가공기술, 용도에 맞는 표준화된 쌀가루 생산 기술들 도입하여 하나로 묶고 연구하고 현장에 실용화해야 한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밥용 쌀에서 가공식품용 쌀 소비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와 더불어 쌀 판매시장 또한 국내시장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해외로 시야를 넓혀 나간다면 쌀은 녹색혁명 이후 가장 큰 변화의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송낙영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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