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임진강의 안정적 수자원확보 도움 절실

‘경기북부 심각한 가뭄’, ‘농업용수 공급에 빨간불’, ‘바닷물 역류, 임진강 염도 증가’….모내기철을 앞두고 TV나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 봄 가뭄을 걱정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6만4천여㏊에 이르는 경인지역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으로서 이러한 언론보도를 접할 때마다 고민이 깊어지는 게 사실이다. 지난 2년간 경기북부 지역은 강수량 부족으로 농업용수 공급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수량으로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는 마치 흙먼지가 날리는 사막과도 같은 풍경을 만들어 냈다. 연천과 파주, 고양 지역 7천7백여㏊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임진강은 한강하구로 내려가는 물이 줄어 바닷물이 역류하고 염도 수치가 5천900ppm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최근 발생하는 가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에 따라 장기화하고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공사는 지난해 정부와 합동으로 농업ㆍ농촌 부문 가뭄대응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등 가뭄극복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경기북부 지역의 농업용수 부족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경기개발연구원에서 발행한 ‘임진강 유량감소 실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60%에 달하는 임진강 유역면적이 북한에 자리 잡고 있고 북한에서 건설한 4월5일댐과 황강댐 등 상류댐의 영향으로 임진강 본류의 물 흐름과 유출환경이 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있는 상류댐의 갑작스러운 방류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임진강 본류에 군남댐을 운영 중이다. 지류인 한탄강에는 준공을 앞둔 한탄강댐이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군남댐과 한탄강댐은 총 3억4천만t의 저수용량을 가지고 있다. 한탄강댐은 댐 상류지역인 철원군과 환경단체의 요구로 2006년 국무조정실 임진강 홍수대책 특위에서 홍수조절 기능만 할 수 있도록 계획이 변경된 바 있다.

이에 한탄강댐을 담수 기능이 있는 다목적댐으로 변경하는 안을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비홍수기에 해발 80m까지 한탄강댐 담수가 가능해지면 약 3천3백만t의 추가 용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군남댐과 한탄강댐의 효율적인 운영만으로도 영농기 농업용수 공급에 큰 도움이 되고, 경기북부지역 2만3천여명의 농심(農心)에 시원한 단비가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려고 새로운 담수댐을 건설하거나 농업기반시설을 확충하지 않고, 기존 시설물을 활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막대한 예산절감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경기도 등 지자체와 농어촌공사, 지난 몇 년 동안 물 부족에 시달려온 경기북부지역의 농민들은 두 댐에 희망을 거는 게 사실이다. 

현재로선 두 댐만이 경기북부지역에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매년 4월부터 6월까지는 본답 영농기간으로 경기북부 7천7백여㏊ 농경지에 8천만t의 용수가 필요하다.

물론 아직 갈 길도 멀고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한탄강댐 담수로 인해 상류지역 주민들이 느낄 불안감이나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해관계자가 서로 조금씩만 양보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기도와 도의회는 지속적으로 한탄강댐의 다목적댐 전환을 요구하고 있고, 연천군은 별도의 담수댐 건설을 추진하는 등 모두가 힘을 모아 물 부족에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무쪼록 원활한 합의를 통해 경기북부지역에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국가 기간사업이자 생명산업인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전승주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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