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플레이보이 잡지에서 누드사진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하지만 주변에 얼마나 많은 유해하고 선정적인 사이트들이 있는가를 생각하면 자신의 핵심역량까지도 필요하면 과감하게 버려가면서 변화를 시도하는 회사의 노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외국 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보면 우리 중소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특히 필자가 근무하는 중소기업청에서는 요즘 개성공단 중단에 따라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도와드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 한분 한분 찾아다니며 직접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다 보면 경기도에 있는 38개 기업분들의 노력이 실로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런데 최근 안양시에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한 기업과 관련해서 전혀 다른 방향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가 이 기업을 방문해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대체부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덜어 드리도록 노력하다가 현재의 본사 부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듣게 되었다.
지금 진행 중인 언론 논조를 보면 이 기업은 전임 시장 시절에 들어설 수 없는 곳에 분양을 받았다면서 기존의 허가를 취소하고 공장가동을 중단시킴은 물론 필요한 법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기업에서는 분양 당시에 오히려 안양시 측에서 권유를 하고 관련 허가절차를 아무런 하자 없이 진행해주어서 미분양 용지에 들어선 것일 뿐 전혀 특혜는 아니라고 하고, 특히 최근 개성공단 조업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기존 공장까지 세우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항변하고 있다.
필자는 개성공단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을 도와주고픈 마음이고, 이 기업을 두둔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정말 특혜가 있었다면 검찰 조사 등을 통해 낱낱이 밝혀내서 관련자들을 처벌하면 될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외형적으로 정상적인 허가를 받아서 2년 이상 가동하고 있는 기업을 지금 당장 세우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다. 그런 기업 하나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필자는 잘 알기에 안타까운 것이다.
요즘 수출도 줄고 내수도 어려운 상황에서 계열사까지 합쳐 근 3천억에 이르는 기업의 경영에 큰 차질이 생긴다면 이는 교각살우가 아닐까? 법률적인 판단을 구할 때까지 긴 시간 동안 해당 기업과 종사자들이 겪게 될 상처와 고용 및 수출 감소 등은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또 한가지 논란이 되고 있는 첨단업종의 범위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부분이 많다. 정말 시행규칙에 정한 업종만이 첨단업종이란 말인가? 요즘 같이 산업의 트랜드가 변하고 각종 융합이 활발히 일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첨단업종은 이런 것이다’ 라고 사전에 정해놓으면 정작 새로 만들어지는 첨단 업종은 들어서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마 지난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로 큰 관심을 끈 인공지능 비즈니스도 입주하지 못할 것이다. 지나치게 문구에만 집착해 ‘코드에 없으니 안돼!’ 하는 식의 사고는 적어도 창조경제시대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현장에서 각종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인들을 만나면 그분들의 얼굴에 쓰여있는 문구를 읽게 된다. ‘도대체 공무원들은 누가 자기들 월급을 주는지 모른다.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기업들은 죽기 살기로 뛰고 있는데 한낱 문구에만 집착하는 공무원들이 답답하다. 이런 공무원들 누가 좀 말려주세요!’
얼마 전 소극적인 행정을 하는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최대 파면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뒤에 어떤 내막이 있든 간에 자기들이 정당하게 허가를 내주고는 나중에 문제가 되니 일단 기업은 모르겠고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모든 사안은 법률적인 판단에 맡겨보자는 심사는 그 과정에서 기업이 겪는 눈물과 한숨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소극적 행정은 아닐까?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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