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대 끝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이분음표들
도 시 라 레 미 파 솔……
매니큐어 칠한 긴 손가락이 터치만 하면
금방이라도 탱탱한 맑은 음이 터져
생선처럼 튀어오를 발그스레 상기된 음표들
3월의 태양이 열리자 신춘 연주회 막이 오르고
음표들이 만세소리처럼 튀쳐나온다
오늘 하늘로 솟구치는 연주회를 보여주려
한겨울을 빙하의 추위로 담글질 했다
주황빛 합주곡이 발코니를 뜨겁게 달구고
나는 거실에서 왈츠 곡에 맞춰 황금빛 춤을 춘다
겨울동안 움츠렸던 아내의 몸이
꽃대를 밀어 올린다.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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