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군자란 신춘 연주회

올해도 숨 가쁘게 꽃대를 밀어 올린다

꽃대 끝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이분음표들

도 시 라 레 미 파 솔……

매니큐어 칠한 긴 손가락이 터치만 하면

금방이라도 탱탱한 맑은 음이 터져

생선처럼 튀어오를 발그스레 상기된 음표들

3월의 태양이 열리자 신춘 연주회 막이 오르고

음표들이 만세소리처럼 튀쳐나온다

오늘 하늘로 솟구치는 연주회를 보여주려

한겨울을 빙하의 추위로 담글질 했다

주황빛 합주곡이 발코니를 뜨겁게 달구고

나는 거실에서 왈츠 곡에 맞춰 황금빛 춤을 춘다

겨울동안 움츠렸던 아내의 몸이

꽃대를 밀어 올린다.

 

이규봉

충북 제천 출생. <한국문인>으로 등단. 시집 <울림소리>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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