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 역전패… 득점력 떨어지고 상황 대처 미숙
“춥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햇볕이 드니 한결 낫네.” 9일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만난 조범현 kt wiz 감독의 첫 화두는 쌀쌀한 날씨였다.
이날 오전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는 꽃샘추위가 찾아오면서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졌다. 경기가 진행될 오후 시간엔 영상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보됐지만, 조 감독은 하루 새 추워진 날씨가 영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선발 라인업에서 박경수, 유한준, 앤디 마르테, 이대형 등 주축선수들의 이름을 뺀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조 감독은 “기온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부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백업 선수 위주로 라인업을 짰다”고 설명했다.
kt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이진영, 유한준 등을 영입하면서 전력 상승은 물론 선수층의 두께를 두텁게 했다. 하지만 주축과 백업 선수들간의 현격한 기량 차는 두고두고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NC와 스프링캠프 평가전에서 백업선수들끼리 맞붙으니 게임이 되질 않더라.” 조 감독의 푸념이 kt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날이 풀리는 3월 중순께부터는 주축 선수들이 하나 둘 시범경기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실전감각을 조율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찬바람이 부는 현재가 백업선수들에겐 조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호기인 셈이다.
하지만 백업 선수들의 활약은 전체적으로 ‘2%’ 부족했다. 장단 7안타를 때리고 볼넷을 7개나 얻어냈지만 뽑은 점수는 고작 2점. 잔루도 무려 8개나 됐다.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조 감독이 강조했던 상황별 대처능력도 미숙했다. 주루 플레이 미스, 도루 실패, 병살타 등이 여러 차례 나오면서 조 감독의 미간은 찌푸려졌다.
반면 두산은 ‘디펜딩 챔피언’다운 뒷심을 과시했다. 7회까지 kt 선발 요한 피노(5이닝 1피안타 무실점)와 불펜 조무근(2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의 구위에 밀려 1안타에 그친 두산은 8회 안타 2개만으로 2점을 뽑아내는 응집력을 발휘했다. 2대2로 균형을 맞춘 9회 마지막 공격에서도 두산은 국해성의 1타점 적시 2루타와 상대 실책으로 2점을 더해 4대2 역전승을 일궈냈다.
답답한 경기 내용도 모자라 역전패까지 당했으니 경기 후 조 감독의 표정이 밝을 리 없었다. 조 감독은 “주루 플레이에서 보이지 않는 실책이 연달아 나오고, 팀 배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총평했다. 반대로 시범경기 첫승을 신고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여유를 찾은듯한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에서 이기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을 보였다”며 흐뭇해 했다.
조성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