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체벌, 훈육이 아닌 학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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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일 아동학대사건이 온 나라를 뒤덮는다. 

이제는 일상화 된 듯하다. 11살의 소녀가 부모의 학대를 피해 2층에서 배기관을 타고 내려온 일, 자녀를 살해한 후 2년동안이나 냉동실에 보관한 일 등 아동학대 사건이 메인 뉴스를 장식한다.

몇 년 전 그렇게 공분을 샀던 울산계모사건, 칠곡사건 등 굵직한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학대로 인한 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는다.

 

처음 시작은 가벼운 훈육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면 체벌은 일상화 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여기에 습관처럼 부모 본인의 스트레스감정이 개입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우리 시에서는 지난 1월 29일 교육청, 법원과 검·경,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여 ‘아동학대근절을 위한 시민참여통합지원체계 관련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하였다. 인천지역 유관기관과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통합지원체계 마련과 학대피해아동의 신속한 보호,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지원체계강화가 논의되었다. 

각 기관과 시민단체는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앞으로 인천시와 교육청, 검·경과 시민단체 등이 상호 협조를 통해 아동보호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아동학대예방 종합대책보고」에 의하면 아동학대의 조기발견과 예방을 위한 신고의무자 및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홍보를 실시한다. 학대 발생 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개입을 할 것이고 이를 위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증설도 고려하고 있다.

교육청과 공조하여 장기결석아동을 정기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며 학대피해아동의 치료를 위한 인천시내 상급병원과 응급보호협력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은 정부에서부터 계속 진행되고 있다. 아동학대 사례를 발견하는데 시스템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제도를 보완하여 제대로 작동한다면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해 아동학대를 미리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다. 인천의 신고의무자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4개 직군에 9만여 명에 이른다. 

신고의무자인 교사와 학원선생님, 아동관련시설 근무자, 어린이집 보육교사, 의료기관 종사자, 구급대원, 아이돌보미 등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에선 신고의무자 교육을 매년 1시간 이상 받도록 하고 있다.

신고의무자의 신고 불이행 시 과태료도 부과된다. 이들이 중요한 이유는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가정에서 은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동을 자주 접하는 신고의무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아동권리와 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통해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한 아동학대예방교육과 홍보도 중요한 일이다. 불과 몇십 년 전만해도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부모는 훈육을 한다는 이유로 체벌이나 거친 말로 신체·정서적인 학대를 정당화했다.

현재, 예전에 비해 아동을 인격체로 대하고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는 사회인식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하다. 아동양육과 학대에 대한 더 많은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만 인식개선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엽기적이고 잔혹하게 사람을 죽였던 연쇄살인범들은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원하던 원치 않던 학대는 대물림되고 변형된다. 신체적이든 정서적이든 학대를 당하는 아동은 대뇌 전전두엽의 대사활동이 위축되고 기능이나 구조가 축소된다고 한다. 전전두엽은 사고,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학대피해아동은 분노·충동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뒤틀린 성장을 하는 것이다.

 

토마스 풀러는 어린 시절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했다. 어린이는 백지와 같아서 어떠한 인간으로든지 만들 수 있다고 로크는 말했다. 아동체벌은 훈육이 아니라 범죄일 뿐이다.

 

김명자 인천시 여성가족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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