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8주년 세계여성의 날, 한국 여성 지위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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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지금부터 108년 전 인 1908년 3월 8일에 뉴욕에서 1만 5천여 명의 여성 방직공장노동자들이 러트거스 광장에 모여 10시간 노동제와 작업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이 시위가 계기가 되어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처음 3.8여성대회를 개최한 이후 32년 간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세계여성의 날 행사를 이어오고 있고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토요일 전국에서 모인 1천여명의 여성들이 이날을 기념하였다.

해마다 이 즈음이면 많은 언론에서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에 관한 기사를 쏟아낸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해 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와 관련해 다양한 기사를 내 놓고 있다.

유리천정 지수란 직장 내 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 등의 이유로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용어로 연구결과 인종보다 더 넘어서기 어려운 것이 젠더로 나타났다.

유리천정지수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인 28위를 기록했다.

 

구체적 지표를 살펴보면 교육기회는 남녀 간 차이가 없음에도 노동시장 참여비율은 여전히 최하위이고, 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2.1%로 다른 국가와 비교하기도 부끄러운 지경이다(노르웨이(38.9%), 평균(16.7%)). 남녀 임금격차도 36.6%로 평균(15.5%)의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4년 성 격차지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남녀임금격차 통계에서 2000년 이후 줄곧 1위라고 발표한 불명예와 다르지 않다.

 

 한국사회는 어떤 제도를 도입하는데는 상을 줄만하다. 그런데 그 제도가 허울뿐인 경우가 너무 많다. 특히 소수자를 위한 정책이나 인류 공영의 보편적 가치를 제도화하는데 더욱 그렇다.

 

국제사회가 한국사회의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더 이상 요구하지 못할 정도로 제도는 완벽하게 갖추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20년 전 지방자치가 처음 도입될 그 즈음 여성계는 의사결정 과정의 여성 참여를 위해 고위공직 여성 비율을 높여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당시는 준비된 여성이 없음을 방패로 삼았다. 20여년이 지난 오늘도 그 요구에 답은 ‘사람이 없다’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기업의 여성임원을 30%까지 늘리겠다고 법안까지 마련했지만 상황 기대 이하이다. 뉴스시간 보여주는 청와대 비서관 회의 장면이나 국무회의 장면을 보면 여성은 겨우 한명이거나 두명 수준이다. 그렇다면 경기도라고 다를까? 2주마다 열리는 실국장회의에 참석해보면 실국장 중 여성은 본청과 북부청의 여성정책 주무 부서장 두명 뿐이고, 경기도 출자출연 28개 기관의 여성 CEO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이 유일하다.

 

108년 전, 아니 한국사회에서 세계여성의 날 행사를 시작한 32년 전과 오늘 한국사회에서 여성 지위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필요한 만큼만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여전하다는 이야기 밖에 할 수 없다. 언제쯤 그 좋아하는 세계 최고라는 소리를 들어볼는지 우울하게 108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보낸다.

 

한옥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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