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종교가 지녀야 할 기본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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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를 비롯한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를 영어로 religion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라틴어 religo라는 동사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동사는 ligo(리고=매다, 묶다)에서 시작됩니다. re(다시, 반복, 도로 한다) 자를 붙이는 것은 무언가 다시 매다, 다시 묶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교는 무언가 다시 연결한다는 뜻입니다.

 

옛날 옛적에 세상이 시작되던 때 하느님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에게 피조물을 잘 다스리도록 명하셨지만 인간이 하느님의 명을 어기면서 하느님에게서 영영 떠나게 됩니다. 이것이 아담과 하와가 저지른 원죄(原罪)라는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구약시대가 가고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신약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하느님과 인간과의 새로운 만남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구원(救援)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선 그리스도의 명에 따라 드리는 제사 즉 미사야 말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이자 의무입니다. 즉 그리스도가 하느님께 제물로 바쳐지는 십자가의 죽음이야 말로 우리 죄인인 인간을 대신하여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가장 극적인 행위입니다.

이것을 대속(代贖)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가톨릭교회는 제사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속죄 행위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미사(missa)라고 합니다. 파견이란 뜻입니다. 그러면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는 무엇을 하기 위해서 파견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셔서 하시고자 하셨던 뜻을 우리 교회가 세상 끝까지 대를 이어가면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 교회가 중심으로 하고자 하는 미션이 바로 사회교리입니다. 사회교리는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셔서 우리에게 명하신 대로 세상을 정의롭게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 정의라고 하는 것은 함께 잘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함께 행복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가 자주 표현한 ‘평화’로운 세상입니다. 영원한 세상을 향한 우리의 신앙 여정을 계속하면서 이 평화로운 세상에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어 이것을 때로는 과감히 세상을 향해 외쳐야 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가장 무서운 약점이 바로 욕망에 욕망을 더 하는 것입니다.

대기업의 자녀들이 재산 싸움을 하는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상을 찡그리며 실망을 하게됩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 구성원인 신자들과 특히 지도자들은 빈부 사이, 보수와 진보 때론 우익과 좌익 사이에서 화합의 장을 만들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욕망에 의해서 서로 떨어져 나간 사이의 새로운 연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대의 religion 즉 종교가 해야 할 기본자세라고 봅니다.

 

우리 교회의 수도자들은 재산을 공동 소유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시골은 수입이 천차만별이지만 이 수입을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의 큰 성당이나 시골의 작은 성당이나 성당 운영을 위한 공적 수입은 차이가 나도 각자 개인 수입은 공유(共有)하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힘을 얻기 때문에 세상을 향해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힘차게 외치는 것입니다.

 

최재용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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