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외선거를 통한 선거 민주주의 구현

박윤환.jpg
4ㆍ13 제20대 총선이 두달도 채 남지 않았다. 매번 선거를 맞이할 때마다 각 정당들과 선거 당국은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선거 참여를 독려한다. 공정한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정치의 구현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훼손하는 수많은 정치적 도전과 난관들을 극복하면서 발전해왔던 대한민국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숭고한 가치이다.

 

특히 재외국민 선거는 진정한 선거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우리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2007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을 요건으로 재외국민의 대통령선거권 및 국회의원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과 국내거주자에게만 부재자신고를 허용하는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했다. 이러한 결정은 국외거주자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 원칙에 대한 위반을 지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의거해 2009년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심의ㆍ의결되어 개정 법률이 공포되었고 2012년 제19대 총선부터 재외국민 선거는 실시되고 있다. 현대 선거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도 1975년 ‘해외시민투표권법’과 1986년 ‘군인 및 해외국민부재자 투표법’의 제정을 통해 해외거주 시민에게 연방선거의 부재자투표를 인정하고 실시하는 중이다.

또한 이웃 일본도 2005년 재외국민에 대한 지역 선거구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에 대한 일본 최고재판소의 위헌판결을 계기로 중의원 및 참의원 선거구 선출의원의 선거에 대한 재외국민 선거를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재외국민 선거제도의 수립과 그 범위의 확대는 선거 민주주의 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상당수 국가들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중요한 사회적 합의이자 제도이다.

 

재외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는 이번 4ㆍ13 총선이 세 번째이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재외국민 선거가 실시되었지만 매우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특히 까다로운 투표절차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이번 총선을 맞아서 여야는 추가 투표소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재외국민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재외국민 선거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단지 선거관리 당국의 제도개선 노력과 시스템 정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실 재외국민 선거를 통해 그 동안 무시되어왔던 우리 사회 일부 구성원들의 민의가 선거결과에 구현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지구촌이 국경의 개념조차 모호할 정도로 경제적ㆍ문화적 장벽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일반대중 누구도 해외에 거주하면서 경제활동을 영위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사실 재외국민 선거제도 그 자체의 가치보다도 제도도입이 가져오는 선거결과의 유불리에 대하여 정당을 포함한 정치세력들은 많은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계산과는 별개로 재외선거가 갖는 진정한 의미를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재외국민 선거는 국가가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의 귀중한 인적 자산과 네트워크를 정치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국민통합을 위한 강력한 무기이다.

 

재외국민 선거에서의 투표 행위를 통해 동포들의 우리나라 국민으로서의 귀속감과 동류의식은 상승하게 되고 모국의 정치 현안과 정부정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다.

차츰 재외국민 선거의 중요성이 동포사회에 각인되고 투표율도 점차 상승하게 된다면 높아지는 재외국민 투표율이 다시 역으로 국내 정치권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흩어진 민의를 규합하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꾼들을 선택하는 축제에서 재외국민 선거가 그 제도의 참된 가치와 의의를 십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윤환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