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해고 ‘불씨’… 신규채용 효과 ‘불신’

인크루트, 국내 상장사 1천700곳 대상 조사
논란 속 일반해고임금피크… 기업도 기대보단 우려

올해 기업들의 채용 동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이다.

지난해 정부에서 고용시장 유연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임금피크제가 공기업을 중심으로 사기업까지 확산됐고,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공정인사’ 및 ‘취업규칙 지침’이 발표되면서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들이 생각하는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는 어떨까.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국내 상장사 1천700곳을 대상으로 올해 취업시장 변화를 일으킬 두 가지 제도에 대해 설문했다. 현재로서는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 정부 고용 지침… 준비없는 기업들

통상(일반)해고에 대해 조사 기업 중 17.2%는 올해 안에 정부에서 발표한 일반해고 지침을 따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 17.7%, 중견기업 17.0%, 대기업 15.4% 순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정부의 해고 기준을 따르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문제는 정부 지침에 대한 기업들의 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업무능력에 대한 명확한 평가 기준을 갖추고 있는 기업은 42.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나머지 57.4%는 평가 기준이 없거나 아직 미정인 상태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저성과자로 평가된 직원에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재교육의 기회도 부족했다. 32.5%의 기업만이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었고, 나머지 67.5%는 아예 교육 프로그램이 없거나 아직 도입 미정인 상태였다.

 

정부의 지침은 따르되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나 재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기업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결국 쉬운해고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이는 현재 구직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임금피크제, 채용바람 일으킬까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절반 가까운 49.6%의 기업은 아직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도입이 완료된 기업은 28.2%로 규모별로는 대기업 55.1%, 중견기업 28.6%, 중소기업 18.4% 순이었다. 올해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은 14.2%에 머물렀다.

 

기업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신규채용 위축효과를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응답기업 45.5%는 임금피크제가 신규 채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고, 48.4%는 효과가 일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이 많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금피크제 자체가 신규 채용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힘을 싣는다. 절감된 인건비를 신규 채용에 활용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올해 채용동향의 핵심이 될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에 대한 기업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며 “임금피크제가 신규채용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한편 직원 평가의 명확한 기준과 저성과자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갖추는 풍토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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