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wiz 옷 입은 ‘트래비스 밴와트’
몸쪽을 찌르는 직구는 여전히 날카롭고 묵직했다.
바깥쪽으로 뿌린 슬라이더는 횡으로 떨어지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종으로 살짝 꺾였다. 정명원 kt wiz 투수코치는 “올 시즌 15승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SK 와이번스 소속으로 지난해 7월 오른 손목 골절 부상을 당해 미국으로 돌아갔던 트래비스 밴와트(30)가 kt 유니폼을 입고 다시 KBO리그로 돌아왔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 있는 kt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밴와트는 “KBO리그에서 꼭 다시 한번 뛰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주어져 기분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 밴와트는 샌버나디노 샌 마누엘 스타디움에서 불펜 투구를 했다. 140㎞대 중반의 직구를 포함해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총 40개의 공을 던졌다. 공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 있었다. 2014시즌 11경기에서 무려 9승(1패)을 쓸어담으며 ‘승리 요정’이라 불리던 그때 그 모습이었다.
- 오늘 불펜 투구에 대한 소감을 말해달라.
“불펜 투구가 매우 만족스럽다. 이전에 불펜 투구를 했을 때도 상당히 좋았는데 오늘 좋은 투구를 하면서 나는 물론이고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만족하지 않았나 싶다.”
불펜 투구와 달리 밴와트는 이튿날 NC 다이노스와 연습경기에서는 다소 부진했다. 선발 슈가 레이 마리몬에 이어 2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한 그는 첫 타자 용덕한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으나 3회 제구가 흔들리면서 무사 2, 3루에 몰렸다.
이 위기에서 밴와트는 후속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고비를 넘기는듯했으나, NC 조영훈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1이닝 2피안타 2실점. 투구 수는 32개였다. 첫 실전 등판을 마치고 밴와트는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면서 “차근히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KBO리그 경험이 있긴 하지만 kt서 스프링캠프는 처음이다.
“SK와 스케줄 자체가 다르다. 훈련량만 놓고 따지면 kt가 확실히 많다고 얘기할 수 있다. 또 감독님과 코치들의 지도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주로 어떤 훈련을 했나.
“상체나 하체, 신체적인 균형을 맞추는데 중점을 두고 훈련을 해왔다. 투구를 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상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밴와트는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재활에만 4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밴와트는 시즌을 일찍 접게 되면서 오히려 몸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을 때도 괜찮았지만, 현재는 몸 상태가 더욱 좋아진 상태”라고 밝혔다.
- 조범현 감독은 상당히 꼼꼼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내 할 일만 잘하면 문제 될 게 없다. 그리고 감독님은 한국 선수들에게와 달리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매우 잘 대해준다.(웃음)”
지난 시즌 초반 kt는 외국인 투수 3인방(크리스 옥스프링, 필 어윈, 앤디 시스코)가 부진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세 외국인 투수가 합작한 승수는 고작 16승. 그중에서도 12승은 옥스프링이 홀로 따냈다. kt는 변화를 택했다. 옥스프링과 재계약도 포기하고 밴와트, 요한 피노, 슈가 레이 마리몬로 외인 마운드 구성을 새로이 했다.
- 올 시즌 외국인 투수들에 대한 kt 팬들의 기대가 크다.
“kt에 오기에 앞서 여러 환경을 경험했기 때문에 큰 부담감은 없다. 또 한국에서의 경험도 있다. 내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무엇보다 피노와 마리몬이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힘을 합치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 1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있나.
“전혀 전해 들은 바가 없다. 꼭 1선발이 아니더라도 감독님이 원한다면 난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다.”
- 1선발로 나서게 된다면, 올 시즌 개막전에서 SK 김광현과의 맞대결이 유력하다.
“성사된다면 매우 재밌는 대결이 될 것이다. 김광현이 훌륭한 투수이지만,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좋은 승부가 될 것이다.”
밴와트는 김광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빙그레 웃으며 “very fun”을 반복했다. 이런 밴와트에게 ‘김광현과 대결에서 이길 자신이 있냐’고 물었다. 밴와트는 “물론이다. 꼭 SK전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기기 위해 던진다”라고 대답했다. ‘승리 요정’에게 어울리지 않는 우문(愚問)이었다.
미국 샌버나디노=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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