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밀집지역 맥주 매출 ↑
적은 양이라도 계속 혼자 마시면
‘과음·폭음’ 좋지 않은 습관 유발
A씨는 지난 설 고향에 내려가려 했으나 ‘취업은 언제 하느냐, 시집은 언제 갈 거냐’는 등 걱정만 늘어놓아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을 게 뻔해 ‘귀포자(귀성을 포기한 자)’의 길을 택했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여행을 떠날 형편도 아니라서 집에서 푹 쉬면서 홀로 심심치 않은 명절을 보낼 수 있었던 건 바로 TV와 술. 덕분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스트레스도 풀고 힐링했다는 그가 연휴 마지막 날 버린 술병은 10여 개에 달했다. 하지만 설 연휴가 끝난 뒤 소화불량이나 두통, 무기력증 등 명절 후유증을 앓게 됐다.
A씨 같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 습관처럼 자리 잡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편의점 씨유(CU)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추석과 설 명절 연휴기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1인 가구가 밀집한 원룸촌ㆍ고시촌ㆍ오피스텔 등 주택가의 지난해 도시락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3%, 냉장 간편식 매출은 30% 이상 급증했고 덩달아 라면과 맥주 등 매출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만의 여가생활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며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른 나홀로족은 ‘혼술’은 물론 ‘혼밥(혼자 먹는 밥), ‘혼여(혼자 하는 여행)’ 등을 당당하게 즐기는 추세다. 문제는 ‘혼술’이 늘어날수록 알코올 의존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www.dsr5000.com)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만약 술이 스트레스 해소와 같은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면 계속해서 술을 찾게 되고, 이러한 ‘혼술’ 습관은 과음ㆍ폭음과 같은 좋지 않은 음주 습관을 유발할 수 있다”며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계속 혼자 술을 마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혼자 술을 마시게 되면 스스로 주량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돼 본인 주량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고 술을 계속 마시게 되면 처음에는 적은 양으로도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만 나중에는 더 많은 양의 술을 원하는 중독 상태에 노출된다.
알코올은 심장박동과 혈압을 높여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과다하게 마실 경우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다. 특히, ‘혼술’처럼 옆에서 제어 또는 관찰해 줄 사람이 없는 경우 음주 중 사고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김 원장은 “1인 가구 500만 시대, 1인 생활 문화가 확산하면서 ‘혼술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가족과 친구ㆍ동료의 참견이나 걱정이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혼술’ 족의 술 문제를 주변에서 눈치 챘을 때는 이미 증상이 심각해진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의왕=임진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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