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을 접수하려는 민원인과 형사사건이 안 된다고 반려하는 경찰관의 설왕설래는 경찰서 민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경찰관이 보기에는 형사처벌을 하기 어려운 사안이니 돌려보내는 것인데, 입장을 바꾸어 민원인의 상황에서는 피해를 입어서 경찰서를 찾아왔는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 같아 화도 나고 억울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경찰서에서 한 번에, 형사 사건 상담뿐만 아니라 민사 사건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줄 수는 없을까? 법률 서비스에서 소외된 치안 약자들이 쉽게 법률 서비스를 받을 방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경찰관과 지역 변호사가 함께 참여하는 ‘수사민원 상담센터’이다.
수사민원 상담센터에서는 상담 전문 경찰관과 참여 변호사가 함께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찰관에게 먼저 상담을 받은 후 형사 사건으로 판단되면 사건 처리절차를 안내받은 다음 정식으로 사건 접수를 하고, 민사 사건은 참여 변호사에게 민사구제절차 및 피해구제기관 등을 안내받는 등 민형사 전반에 관한 무료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이다.
실제로 지난 7월부터 일산경찰서에서 시범적으로 수사민원 상담센터를 운영해보니, 민원인이 변호사에게 무료로 법률상담을 받은 건수는 매월 약 60건 정도였다. 특히 고소장 없이 방문한 때도 민·형사 구제절차 전반에 걸친 자세한 상담을 받을 수 있었고,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방법을 알게 되었다면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다.
민원인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상담을 통해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하게 되니, 자연히 경찰서에는 단순 민사사건의 접수가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수사기관은 반드시 처벌해야 하는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처벌해야 한다’는 뜻인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비율이 전국 평균에 비해 7%가량 상승하는 효과로 나타났다. 도민들이 수사·법률서비스를 더욱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경기경찰은 수사민원 상담센터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현재는 일산·분당경찰서에만 수사민원 상담센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오늘 수원남부·안양동안·부천원미·시흥·평택·의정부·파주 등 7개 경찰서에서도 수사민원 상담센터가 문을 연다. 9곳의 수사민원 상담센터에서 변호사는 일정에 따라 주 2~3회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며, 도민들은 거주지 인근 수사민원 상담센터에서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법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고 느꼈던 도민들이 수사민원 상담센터를 통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혼자서는 고소장을 작성하기 어려워 경찰서 방문을 망설였던 사람들도 경찰관과 변호사의 상담을 통해 실질적 피해회복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수사민원 상담센터가 도민들의 아프고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효자손’과 같은 곳이 되기를 바란다.
이승명 경기지방경찰청 수사1계장 경정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