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타기 위해서는 말을 마방에서 끌고 나와 깨끗하게 손질하고, 승마 장구를 채우는 준비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보다 큰 동물을 다루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말과 소통하고 움직임을 제어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살아있는 생물과 활동을 함께 하며 생성된 애착관계를 바탕으로 심리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말을 타는 경험이 동기부여와 의사소통, 사회 적응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특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 완화에 우수한 효과가 밝혀져 심리치료의 새로운 선택지로 제시되고 있다.
말의 걸음걸이는 인간의 보행과 가장 유사해 말을 탈 때면 직접 두 발로 걷는 것과 같은 운동신경 반응이 유도된다. 즉, 독립적인 이동이 어려운 사람에게 승마는 땅을 딛고 걷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재활승마는 1960년대 초 영국에서 시작돼 우리나라에는 2001년 도입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연간 500만명 정도 치료를 받고 있으며, 보험이 적용되는 독일과 미국의 경우 의료의 한 분야로 정착돼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승마단, 한국마사회, 한국재활승마협회 뿐 아니라 노틀담복지관, 승마클럽 등 여러 단체에서 재활승마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국가 공인 ‘재활승마지도사’ 자격시험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 재활승마는 도입 초기단계로 해결해야 될 문제가 많다. 재활승마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재활승마 치료를 받고자하는 희망자들은 늘어나고 있으나 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활승마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부족한 재활승마용 마필과 재활승마 지도사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활승마 마필의 경우 승마용으로 이용되는 말 중 성품이 온순하고 친화력이 높은 말을 선발해 재활승마용 말로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단 기간에 그 숫자를 늘리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재활승마의 빠른 정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 이외에도 이웃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자원 봉사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말 산업 구조는 경마산업이 88.4%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마필생산 2.4%, 승마 2%, 기타 7.2%에 불과해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말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 외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어우러진다면 국내 재활승마의 빠른 정착이 가능할 것이다.
박남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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