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때를 맞춰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바꾸자는 취지에서 학교운영위원회가 생겨났으며, 학교생활기록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수준별수업과 방과후학교가 활성화되었다.
본고사 위주로 운영되던 입시제도도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최소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인가권을 부여받았고, 그 결과 50%가 안 되던 대학진학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는 현상이 생겼다.
이로 인해 일부 대학은 기업화되고 부실 대학이 양산되었으며, 기초교양학문은 고사되는 현상까지 불러오게 된 것이다. 대학에 자율성은 주되 질 관리는 시장에 맡기자던 당초 취지는 무색해 지고 오히려 정부의 대학 통제와 간섭이 강화되어야 할 웃지 못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의 ‘2015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9~24세 사망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 (자살)’인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2012년 인구 10만 명 당 29.1명으로 OECD 3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나친 경쟁과 강박관념으로 인한 학교수업중단 및 자살학생 증가는 우리의 교육현장을 돌아보게 하는 가장 부끄러운 치부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런 교육의 배경 아래 ‘경기혁신교육’이 싹텄다. 혁신교육의 본질은 지금까지 만연해 오던 수직 경쟁구도 즉,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교육 환경을, 수평 상생구도 ‘상부상조’(相扶相助)의 교육 환경으로 바꿔보자고 시작됐다.
2000년대 초 남한산초, 덕양중 등 작은 학교에서 자생적으로 발아하기 시작한 이 씨앗은 2009년 민선 1기 교육감 핵심공약으로 제도화 됐다. 이후 2014년 민선 3기에 들어 ‘학생중심·현장중심 교육으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가꾸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겠다’는 내용의 혁신교육 일반화 정책을 빠르게 실현하고자 혁신학교 전단계인 혁신공감학교 1천723개교(전체 학교의 89.4%)를 선정, 운영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경기혁신교육이 지속가능한 공교육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되어야할 필수 과제가 있다. 민주성, 윤리성, 전문성, 창의성을 기반으로 창의적 교육과정, 윤리적 생활공동체, 전문적 학습공동체, 민주적 학교운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원체제 개선의 측면에서 교육청의 적극적 의지와 구성원들의 출중한 역량이 요구되며, 성장과 지원 협력의 측면에서 지역사회와 전문기관이 협업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참여와 소통의 자치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민주적 학교운영 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교실공동체 회복과 구성원 사이의 신뢰 회복을 위해 교사들의 수범적인 윤리적 실천 또한 선행되어야 한다.
학교조직을 학습 조직화하여 공동연구와 공동실천으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축해야 하며, 또 학생들의 개별 학습과 삶의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위해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제의 중심에는 학교구성원들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학교 교육 비전을 함께 만들고 공유해야 하는데 이에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자의 발굴과 육성 또한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아메리칸 인디언 오마스족의 격언은 우리 조상들의 육아 정서이기도 했다.
해질녘이면 개똥아! 부르는 엄니의 목소리가 골목을 돌아 운동장에 와 닿았듯 약육강식(弱肉强食),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지나친 수직 경쟁 구도를 학교에서만은 걷어내어 수평의 상생구도를 아이들에게 되찾아 줘야 한다.
이것이 ‘경기혁신교육’의 본질이며, 명실공히 공교육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한 선결과제다.
최석진 상원여중 교장ㆍ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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