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엄중한 심판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ihju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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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세 달도 남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연일 제19대 국회의원들을 심판(審判)해 달라고 십자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국회가 경제ㆍ노동 등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현안 법률들을 처리하지 않고 미루기만 하면서 국가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제19대 국회의원들은 결코 국민의 심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고 경고를 서슴치 않고 있다.

 

정치권은 정치권 나름대로의 심판론을 내세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은 감히(?)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내심 불만을 표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불통 대통령’은 이미 오래전 얘기고 총선을 앞두고는 친박만 챙긴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 일각, 특히 수도권에서는 “국민의 심판을 받기 전에 대통령(친박)의 심판부터 받아야 한다”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야당은 단골메뉴인 정권 심판론을 이번에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사분오열(四分五裂)로 갈라선 작금의 실태는 뒤로한 채 마치 떼를 쓰듯 정권을 심판해 달라고 호소한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권의 군소정당 모두가 그렇다. 아마도 선거에 있어서 대의명분으로는 ‘정권 심판론’ 만큼 좋은 이슈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정권 심판론에 대해 “현 정부를 심판하기 전에 야당은 ‘정권창출’이라는 대 명제를 위한 동력을 스스로 깨뜨린 심판부터 받아야 한다”는 한 당직자의 읊조림이 더 크게 들린다.

 

선거는 심판이다. 심판의 대상과 요소는 유권자 개개인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그 만큼 다양한 잣대가 들이대어 진다.

 

4ㆍ13 총선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군가는 학연·지연·혈연에 얽매일 것이고, 또다른 그 누군가는 그저 같은 당이라는 이유를 내세울 것이다. 또한 정치권에 신물이 난 많은 그 누군가는 선거홍보물 한번 읽어 보지 않고 그저 당일 생각에 따라 한표를 행사할 것이며, 더 많은 누군가는 아예 정치가 싫다며 참정권을 포기할 것이다.

 

주권을 행사하거나 하지않거나 이 모두는 심판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심판은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심판 본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심판 대상자 즉 정치인들과 정치를 망가뜨리는 아주 잘못된 심판이다. 더욱이 잘못된 심판은 심판대상자는 물론이고 심판하는 사람, 국민들까지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희망없는 국가로 전락하게 한다.

 

많은 언론과 조사기관들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60% 이상의 응답자들이 제19대 현역 국회의원은 뽑지 않겠다고 답하고 있다.

심판이 벌써 시작된 것이다. 이는 과거사는 접어두더라도 현재 진행형인 선거구 미획정, 누리과정 예산 공방, 4대 현안법률 미인준 등 국민들과 직결되는 사안을 방치한 채 ‘4ㆍ13 승리’만을 외치는 그들이 자초한 것이다.

 

남은 문제는 올바른 선택과 엄중한 심판이다. 올바른 선택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은 시간 거론되는 이들에 대한 삶의 길, 철학, 능력, 국가관 등은 물론이고 특히 당선후 권력욕에 휩싸이지 않고 국민 곁에 남을 수 있는 소신과 신뢰성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또한 엄중한 심판을 위해 과거 행태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더불어 자기반성을 통한 변화와 혁신의 의지가 있는지, 국민과 함께라고 외쳤던 초심은 지켰는지 등을 검증하는데 주저해서는 안된다. 4ㆍ13 심판의 결과가 벌써 주목된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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