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9·15 노사정 대타협 유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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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원숭이해를 맞이한 지도 벌써 여러 날이 지났다. 새해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때 중동의 종파분쟁에 따른 정세불안과 저유가문제,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저성장 기조 예상,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저하, 청년실업률 상승, 구조조정의 상시화 등 어두운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고 있다.

 

노동계로 돌아와 보자. 민주노총은 노동개혁 5대 입법을 노동 개악이라 규정지으며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즉각 총파업으로 투쟁할 것을 선언하고, 한국노총은 다음 주 초 중앙집행위를 열어 지난해 9·15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할지를 논의하겠다고 한다. 실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노사정 대타협의 취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왜 우리는 그토록 힘들게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어 냈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심각한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고령층과 청·장년층, 남성과 여성 그리고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로 양분된 전형적인 이중구조가 심화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일자리창출→소득분배개선→내수진작과 경제활력 제고’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노사정이 공유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공통된 인식하에 우리는 지난해 ‘9·15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 내는 커다란 성과를 도출했다. 그리고 그러한 대타협의 후속 조치들이 쉽지는 않겠지만 큰 고비를 지혜롭게 넘긴 만큼 하나, 둘 뒤따를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노동개혁 5대 입법은 국회에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노사정 대타협의 주요 쟁점이었던 통상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관련 양대지침에 대한 노사정 간의 충분한 협의는 주요 당사자인 한국노총의 불참으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기초해 정부는 양대지침에 대한 초안을 마련,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지난 12월30일 마련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정부가 쉬운 해고 기준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노동조합 및 근로자의 결정권을 무력화하는 지침이라고 규정하면서 9·15 노사정 대타협을 위반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오해다. 첫째, 정부가 발표한 것은 초안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양대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지 못하자 초안을 마련해 논의를 시작하자는 뜻이다. 절대 최종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안에 문제가 있다면 협의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

둘째, 양대지침 즉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근로계약 해지 포함) 및 취업규칙 지침’은 법과 판례라는 엄격한 기준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므로 노동계가 우려했던 쉬운 해고는 있을 수 없다. 양대지침 정부 초안은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절차에서의 불확실성을 걷어내 노사간 분쟁을 예방하고 고도성장의 산업화시대에 마련된 연공급제가 현재의 산업구조에 맞지 않으므로 직무능력과 성과중심의 인력운용으로의 전환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다.

 

정부는 양대지침 초안을 발표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집중적인 협의를 노사 당사자와 시작할 계획이다. 물론 노사 당사자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지침을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노동단체에 양대지침 관련 논의에 조속히 참여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위기라고 보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위기라면 이를 극복할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병신년(丙申年)의 병(丙)은 창조와 도전을, 신(申)은 질서와 규칙을 의미한다고 한다. 병신년이 시작된 지금 우리는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갖고 창조와 도전을 시작하여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갈 것을 노사 당사자를 비롯한 온 국민께 호소한다.

 

한흥수 경기고용노동지청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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