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한·중 FTA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말 많던 한ㆍ중 FTA가 우려와 기대 속에서 발효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일전에 보았던 신문기사가 떠올랐다.

 

기사제목은 ‘지금 中 유기농 현장으로’, 경기일보 11월 25일자에 실렸던 특집기획 ‘FTA시대를 산다’의 첫 번째 기사였다. 이 특집보도에서는 중국 정부의 지원 하에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유기농 현장을 소개하면서 중국산 저가 신선 농산물이 우리나라로 밀려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한 대비책의 하나로 한ㆍ중 FTA를 대중국 농식품 수출 확대의 기회로 삼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식품시장인 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식문화를 가지고 있어 우리 농식품이 중국 소비자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 경쟁 상대국에 비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 등을 십분 활용한 경우 정부의 수출확대 노력은 우리나라 농식품 산업의 호재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정부는 한ㆍ중 FTA를 계기로 수출이 가능하게 된 김치, 쌀, 삼계탕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중국 농식품 수출동향을 보면 시장여건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대중국 농식품 수출실적은 2011년도의 13억8천만불을 정점으로 2012년부터 정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시장에서 우리나라 상품 경쟁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삼의 예를 보자. 우리가 자랑하는 고려인삼 제품에 대하여 중국 소비자의 신뢰가 경쟁 상품에 비해 높을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고려인삼 제품을 수출유망품목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4년에 실시한 중국 소비자 인식조사에서는 서양삼에 비해 한국인삼은 인지도나 선호도에 있어서 열세를 보였다. 이는 과거의 명성이나 한류에 기반을 둔 막연한 기대보다는 중국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개발이 절실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차별화된 상품개발을 위하여 중국시장을 지역별로 세분화하여 들여다보아야 한다. 중국 외식업체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버섯 구매 의향조사를 보면 상해, 광동지역이 북경, 청두, 청도 지역보다 구매의향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분석을 해보면 우리나라 버섯도 중국내 버섯주산지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상해, 광동지역을 대상으로 새로운 품종 발굴, 최적 신선 물류시스템 적용, 편리한 구매경로 제공 등으로 중국산에 비해 열세한 가격 경쟁력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한국산 신선 우유는 중국시장으로 2011년 40만불에서 2013년 910만불을 수출하는 급성장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신선 우유의 성공사례는 우리나라 신선 농산물이 가야할 길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출로 우리 농식품 산업의 활로를 찾는 여정은 총론적인, 구호적인 접근이 아닌 개별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한·중 FTA는 말한다. 경제적인 국경은 없어졌다. 소비자가 원하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상품을 위하여 종을 울리겠다고.

 

박종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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