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시절 외환위기 당시 첫 벤처붐 때 뿌려진 씨앗들은 지금 2만9천여개가 살아남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총 연매출 약 200조원을 달성하는 등 국가경제의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2014년 기준 매출 1천억원을 달성한 벤처만 460개에 이르며, 이 중 6개사는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은 지금이야 말로 한국경제를 끌어 올릴 ‘글로벌벤처 씨앗’을 다시 뿌려야 할 시기다. 제2의 벤처붐과 국가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물론 박근혜정부 들어 청년창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한 덕에 많은 벤처기업들이 탄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 지원 정책도 다양해 출발선상의 많은 창업가가 수혜를 입고 있다. 그러나 그 중 많은 신생 창업들은 정부 지원을 산소호흡기 삼아 연명하는 ‘좀비기업’으로 전락하고 있거나, 생계형 창업으로 ‘미래의 구글’, ‘미래의 마이크로소프트’와는 거리가 멀다.
창업가의 인식, 정부 창업지원 정책, 창업의 핵심 지원 역할을 하는 창업금융기관 등이 글로벌벤처 육성에 걸맞게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창업의 구태는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내한한 이스라엘 요즈마그룹 이갈 에르리힐(Yigal Erlich) 회장의 강연은 한국의 벤처 육성 정책에 시사 하는 바가 많았다.
요즈마 그룹은 이스라엘의 벤처 육성의 신화를 쓴 것으로 많은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는 육성할 벤처기업을 발굴 때 철저하게 세계 시장에서 통할 기술을 가진 기업을 선정하며, 기업 기반은 이스라엘 내에서 보육한 뒤 세계 시장에 진출하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요즈마그룹의 벤처 육성 노하우는 한두 가지가 아니나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화’다. 이스라엘 인구 약 780만 명의 좁은 시장을 대상으로 창업을 해서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요즈마는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글로벌화를 위해 벤처육성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했기에 오늘날 성공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벤처 창업과 육성에 필요한 각종 정책과 민간 지원 체계를 글로벌화에 맞게 구축해야 한다. 중구난방 식으로 비춰지는 정책이나 또는 협소한 한국 시장에서 성장하기에도 벅차게 각종 걸림돌이 많은 벤처 생태계로는 글로벌화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
박방주 가천대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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