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삼재의 해 병신년(丙申年), 창업의 삼재란

매번 신년을 맞이할 때마다 OO년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2016년은 살펴보니 부르기 조금은 민망한 그 이름이 바로 ‘병신년’이다. 

좀 더 알아보니 삼재가 가득한 해라고 한다. 필자는 원래 미신을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의외로 기업인분들은 징크스에 신경을 많이 쓰는지라 이런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삼재라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삼국지에 이르기를 ‘천하를 얻기 위해서는 3가지가 갖추어져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지(地)ㆍ인(人)ㆍ시(時)라고 했다.

풀어서 말하자면 지리와 인재와 시간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유비의 촉은 ‘인’, 바로 인재를 가지고 있었고 손씨가문의 오는 ‘지’, 천하의 수성에 딱 좋은 지리적 이점을 지녔다. 그리고 조조의 위는 ‘시’, 삼국시대를 정리할 여력을 충분히 갖추고 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3개국 중 누구도 가지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천(天), 하늘의 뜻이라고들 말한다.

 

창업이야기를 하는 공간에 왠 역사 이야기인 줄 모르겠다고 하신다면 이제부터 창업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뭐 삼재가 별건가, 내년 병신년에 창업기업이 주의해야 할 3가지 요소를 地ㆍ人ㆍ時라고 하고 이야기를 풀어가 보겠다.

 

먼저 地. 현재 목표로 하고 있는 시장은 내수인가 글로벌인가를 확실하게 결정해야 한다. 또한 그 결정에 따라 내수를 키울 것인지 글로벌을 먼저 키우고 역으로 국내로 유턴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人. 먼저 기고문에서 필자는 팀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팀 창업의 길은 참으로 쉽지 않다. 지나치게 같은 성향의 팀원이 모이면 개인 창업과 별다르지 않은 선택들을 하기 마련이고 너무나 다른 팀원들이 모이면 갈등만 표출하다가 결국 갈라서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창업은 결국 사람 싸움이다.

 

마지막으로 時. 실리콘밸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가장 기본폼은 ‘3 why’이다. ‘why this, why now, why me’ 풀어쓰자면 ‘왜 이 제품이어야 하고, 왜 지금이 적기인지, 그리고 왜 이걸 내가 꼭 해야 하는지’로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3가지 why 중 가장 중요하지만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時라고 생각한다. 내 제품이 아무리 좋고 내가 그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라 할지라도 시점이 맞지 않으면, 즉 시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필자는 地ㆍ人ㆍ時이라는 3가지 요소로 삼재라는 것을 설명했다. 사실 삼재니 뭐니 다 미신이다. 요컨대 중요한 것,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렇게 중요한 요소들을 무시할 때 그것은 비로소 진정한 악재가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긴 글이었지만 청년창업가 여러분들께서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오늘의 글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시장의 정의를 분명히 하고, 믿을만한 팀원을 모으고 그다음 시장이 어디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충실히 해라.”

 

참, 地ㆍ人ㆍ時 외에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는데 깜빡했다. 天. 하늘의 뜻을 누가 알랴. 그저 인간인 우리는 열심히 노력, 또 노력할 뿐이다.

 

최원우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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