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단원고 학생들의 슬픈 응원가

조광희.jpg
지난달 12일은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교문입구에서는 후배들의 격려구호와 북과 꽹과리를 동원한 요란한 응원가가 여느 때처럼 난무하고 있었다.

 

12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할 그날, 유독 침묵의 눈빛으로 고3 선배들을 응원하는 후배들, 이들의 응원을 뒤로한 채 서둘러 등을 돌리며 교실로 향하는 수험생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친구야, 미안하다” 라는 말을 연속으로 뇌까리면서… 그것은 이번 수학능력 시험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희생된 친구들이 하늘나라의 큰 별이 되어 응원해 주기 때문이었다.

 

아, 단원고등학교! 살아 있어도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학생 75명, 시간의 흐름 속에 학생들은 어느새 고3이 되었고 사정이 있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한 삶의 운명인양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러야 했다. 

하늘나라로 간 친구들과 아직도 진도 앞바다에서 차가운 파도와 싸우며 엄마 아빠 품을 그리워하고 있을 250명의 친구들, 이들의 몫까지 시험을 잘 치르겠노라 마음속 깊이 약속하고 맹세 했지만 수험장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맥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동안 생존 학생들은 사고 직후 1년 반이 넘는 시간동안 여러 가지 형태의 트라우마를 겪어 왔다. 구조당시 죽음과 맞서 싸우며 얻은 외형적 상처, 그리고 살아서 돌아 왔다는 죄책감과 마음의 상처로 인한 혼란감, 그 원인으로 일부 학생은 대인기피증 등의 증세를 호소하며 수업 받기를 어려워했다. 일부는 정신적 충격을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한다. 이 얼마나 참담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중앙정부는 이들 생존학생에 대한 고통을 외면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제도적 장치 안에서 어느 일정기간 물질적 보상만 해 주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점에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사고 이후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험이라도 치러준 것에 대해 안타깝고 감사할 뿐이다. 세월호로 인해 피해 보상에 있어서도 정작 피해 당사자인 현재 3학년 학생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지원이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1월 28일 제정한 ‘4ㆍ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과 같은 법 시행령을 통해 심리적 증상 및 정신질환 등의 검사·치료를 ‘피해자가 의료기관의 검사·치료를 받은 경우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2020년 3월 28일까지 발생한 비용으로 한정 지원할 수 있다’ 로 한정했다. 장기간 상처의 치료와 치유를 요하는 피해자들에게 향후 많은 경제적 부담을 안겼다. 

특히 피해자들에 대한 교육비 지원에 있어서도 ‘피해자 범위를 4·16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에 승선한 사람 중 희생자 외의 사람으로서 그 직계비속·형제자매 또는 희생자의 직계비속·형제자매 중’으로 제한했다. 

사실상 단원고등학교 생존학생에 대해서는 정부의 피해자 지원금을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심히 유감스런 정부의 책임회피성 제도며 피해자의 상처에 소금을 넣어 어린 학생들에 더 깊은 상처를 안겨 준 꼴이 됐다고 생각한다.

 

경기도는 현재 운용중인 ‘경기도 특별재난지역 학교 및 학생지원에 관한 조례’를 하루 빨리 개정해서라도 중앙정부가 외면한 단원고등학교 3학년 생존자들의 대학등록금 등 교육비 일부를 지원해 주어야 하겠다. 이들에 대한 아픔을 함께 한다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할 때인 것이다.

 

조광희 경기도의원(새정치민주연합안양5)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