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나타난 신흥 자본가들도 종전의 봉건 귀족들이 누렸던 품격 높은 문화를 자신들의 문화로 만들기 시작했다. 시민들도 고급문화를 발전시키고 또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시민문화도 품격높은 문화를 향유하기 시작하였다.
시민들은 문화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럽은 문화의 품격을 발전시켰고 오늘날에는 문화 관광 대국이 되어 세계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우리문화의 최고 품격은 어디에 있었을까? 궁궐문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임금은 최고로 좋은 한옥 대궐에서, 전국의 진상품으로 꾸며지는 최고의 요리를 맛보았고, 궁중 화원이 그리는 수준 높은 그림을 향유했으며, 궁중 정악을 통하여 음악을 발전시켰다.
왕이 입은 옷은 또한 가장 수준 높고 품격있는 복식이었는데, 이러한 왕실문화는 우리문화를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러한 궁궐문화를 사대부들이 모방하고,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치면서 한국문화의 근간이 발전했던 것이다. 우리 문화의 품격은 그렇게 형성되었고 창조되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일제강점기에 나라가 무너지고 급작스럽게 궁궐문화가 해체되면서 우리 문화의 품격과 전통은 서서히 사라져가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문화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우리 문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수준 높은 걸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필자는 박물관이 그 중 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박물관에서 한국 문화의 걸작들을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을 더욱 발전시켜 나간다면 세계화와 서구화의 물결 속에서 점차 색을 잃어가는 우리 문화의 진정한 품격과 전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물관을 자주 찾고 배우려는 우리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깨닫고 체화되는 것이 아니다.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스스로가 공부하고 느껴야 한다. 보이는 것 만큼만 보이는 것이 문화다.
박물관을 찾아 그 곳에 스며든 한국 문화의 정수를 찾아보면서 더 높은 문화의 안목을 길러야 한다. 우리 문화의 최고 걸작들이 모여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우리문화의 품격을 더욱더 높일 때라고 생각한다. 문화융성은 구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곳에 있다.
문화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미래를 품고 내일을 개척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들이다. 오늘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면, 또 문화의 높은 품격이 가지는 힘을 알고 있다면 문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어야 한다.
문화선진국이 진정한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체감하면서도 문화에 투자하기를 꺼린다면 이것은 현재와 미래 세대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한국문화를 위하여서도 품격높은 문화의 정수를 찾고 또 발전시켜 나가려고 하는 진정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부처 및 문화계는 물론 시민사회와 더불어 개개인 모두가 합심하여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전보삼 경기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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