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겨울이 따뜻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왜 불행하다고 느낄까? OECD가 공개한 ‘2015 삶의질’(How‘s lif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0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물질적 웰빙지수는 OECD 국가 중 높다.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왜일까?

 

우리 모두 유년기를 지나 가족의 품을 벗어난다. 호기심과 열정으로 낯선 환경에 발을 내딛게 된다. 하지만 세상을 알아갈수록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우게 된다.

외롭고 힘든 마음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밥은 먹었니?’ 위로해주는 가족과 친구가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 된다. 모케이블에 방영되는 ‘응답하라 1988’이 우리가 찾는 행복일지도 모른다.

 

지역경제 불황과 미취업세대의 증가 등으로 소득계층간 벽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사회 기부문화를 보게 되면 다양한 경제지표와 사회·문화 트렌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올해 29.9%로 2011년 36.4%, 2013년 34.6%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기부하지 않는 이유가 응답자 열에 여섯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선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가 가장필요하다고 54.5%로 가장 많았다.

 

특히 개인기부금은 일부단체에 집중 모금되어 국내와 해외에 지원된다. 그러다보니 지역사회 기부금은 실질적으로 줄고 있는 형편이다. 특정 NGO단체의 경우 기부금이 부족해 겨울철 연탄걱정을 하는 가정에 배달할 양이 현저히 줄었다. 결국 기부금이 해외로 나가다보니 우리가 사는 인천사회에 소외이웃은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다.

 

연말이 되면 생계가 곤란한 가정에서 받는 위기감은 극에 달한다. 그 위기감은 두려움으로 바뀌기도 한다.

 

얼마 전 위기가정 세대를 만났다. 일가친척도 없이 미혼모로 혼자 아이 둘을 키우는 가정이다.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아이엄마가 경제활동은 고사하고 큰아이 유치원비도 내지 못했다. 몇 달씩 밀린 원비도, 당장 저녁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적십자에서는 눈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도와줄 지역기부금이 갈수록 줄고 있어 이마저도 걱정이다.

 

기부라는 것이 내가 가진 것을 대가 없이 주는 것인데 다들 현금기부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재능, 생명, 특히 따뜻한 말 한마디도 기부가 된다는 걸 말하고 싶다. 내가 가진 게 많아야만 기부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겨울철 소외된 이웃을 위해 김장김치를 담그는 곳이나 연탄을 나누는 곳에서 도와주기만 해도 기부가 된다. 그래서 고맙고 따뜻한 손길을 우리는 ‘온정’이라고 표현한다.

 

연말연시가 되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바빠서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따뜻함을 순수하게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 사는 이곳에도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이웃들이 많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회 자리에서 한번쯤 기부 한 번 해볼까 말해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황규철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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