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유례가 없는 파격적 실험인 경기연정은 ‘승자독식 패자전몰’의 정치문화에서 벗어나 정책을 매개로 권력을 나누자는 정치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최초 제안자인 남경필 지사의 진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환경의 산물인 것 또한 분명하다.
사실 야당의 사회통합부지사 공모에 응모하기까지 고뇌가 많았다. “이벤트성 정치실험의 들러리만 서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선뜻 나서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었다. ‘네비게이션’ 없이 ‘감’에 의지해서 길을 찾아온 과정이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올바른’ 모범정답은 애당초 찾기 어려웠다.
그래도 항상 최선의 해법을 찾기 위해 집행부, 도의회, 각계 전문가, 도민들과 소통하고 경청하려고 노력했다고 감히 자부한다. 시민사회와의 소통 강화, 생활정치 민생제일, 현장중시를 내걸고 발로 뛰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분들도 계신 줄 알고 있다.
“내 탓”이라고 생각하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동안 경기연정은 나름의 성과를 도출했다. 야당의 의제가 도정의 브랜드 정책으로 채택된 생활임금이 대표적이다. 민선5기때 집행부와 도의회가 대립하던 상황을 감안해보면, 연정이 없었더라면 생활임금 도입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여름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 위기 때도 연정이 있었기에 훨씬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상생과 협력으로 상징되는 연정 정신으로 똘똘 뭉쳐, 전국 최초의 민관 의료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관 주도의 일방향 행정에서 사회정책라운드테이블 등을 통해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복지, 양성평등, 환경 분야 등에서 거버넌스를 강화한 것도 연정의 성과이다. 하지만 경기연정은 아직 미완성에 머물고 있다.
가야할 길이 멀다. 정치적 합의에만 의존하다보니 법적,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여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정의 실질적 내용에 비해 알맹이 없이 지나치게 이미지 홍보에만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공직사회 내부의 충분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도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도민 10명 중 8명이 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연정이 잘되고 있다는 평가는 석달새 14.1%포인트나 격감(7월 52.2%, 10월 38.1%)했다. 연정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판단을 유보하고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민심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연정의 실질적 내용을 채우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져야 한다.
우선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연정의제를 발굴해야 한다. 연정이 추동력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 의제’라는 연료가 투입돼야 한다. 또한 연정에 걸맞게 조직이 재편되어야 한다. 연정이 도정의 핵심이라면 전략적, 쳬계적으로 기획관리할 수 있도록 현재 기조실의 위상과 역할을 재분석하여 ‘연정 기조실’로 바꾸고 업무분장을 다시 해야한다.
정책의지가 구체적 수치로 반영되는게 예산인만큼 예산연정 시스템의 내실화도 절실하다. 재정전략회의에 참여하는 민간전문가들이 제대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정은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야 하는 ‘정치적 예술’이다. 함께 의제를 만들어가고 성과는 함께 나누어 도민들에게 되돌려드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기위해 조속이 도정 시스템을 연정 중심으로 새로이 정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도민이 기대하는 연정의 초심일 것이다.
해현경장(解弦更張). 지금이라도 거문고 줄을 다시 고쳐매야 한다.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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