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방울 믿는 ‘야구바보’ 김동명

지난 시즌 부상으로 개점휴업 다시 포수로 복귀해 훈련 박차

“저한테는 이게 쉬는 거예요.”

 

kt wiz 김동명(27)은 지난 1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홀로 땀을 흘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묵묵히 어깨와 하체, 그리고 고관절 강화 훈련을 소화했다. 지난달 27일 마무리 캠프가 끝나면서 팀 훈련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게 쉬는 거다”라며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대구고 시절 김동명은 전도유망한 포수였다. 2007년 1차 지명을 받고 삼성에 입단한 그는 ‘안방마님’ 진갑용의 뒤를 이을 대형 포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당시 삼성의 포수 인스트럭터였던 조범현 kt 감독도“삼성의 간판 포수가 될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김동명에게도 말 못할 ‘아픔’이 있었다. 어깨 통증이었다. ‘지금 쉬면 모든 기회가 날아간다’는 생각에 김동명은 아픔을 참고 또 참았다. 1년 뒤인 2008년 결국 사달이 났다. 어깨 근육이 찢어져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첫 번째 시련이었다. 수술 후에도 어깨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포수 마스크를 벗을까’하고 수없이 생각했다.

 

김동명은 2013년 2차 드래프트에서 옛 스승 조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조 감독은 김동명이 신생구단 kt의 안방을 책임져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김동명은 마스크를 끝내 쓰지 않았다. 조 감독의 만류에도 소용이 없었다. 이미 어깨 트라우마가 김동명을 짓누르고 있다. kt 입단 후 김동명은 야수로 전향했다.

 

kt가 1군에 데뷔한 올해 김동명은 롯데와 정규시즌 개막경기에 리드오프로 출전했다. 5타수 2안타 1득점. 나쁘지 않았다. 이후에도 김동명은 선발 명단에 곧잘 이름을 올렸다. 그간 엉킨 실타래가 술술 풀리는듯했다. 그러나 두 번째 시련이 그를 덮쳤다. 6월 자체청백전에서 김동명은 투수 채선관이 던진 공에 얼굴을 맞아 광대뼈와 코뼈가 함몰됐다. 시즌 아웃이었다. 시즌 초반 부침을 겪던 팀이 막 반등을 시작하던 차에 당한 부상이라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즌 뒤 조 감독은 부상에서 회복한 김동명을 불렀다. 그리고는 포수 마스크를 다시 권했다. 김동명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제는 한 포지션에 정착해 경기에 나서고 싶었다.” 포수 유망주 출신 김동명은 이렇게 마스크를 다시 꺼내 들었다.

 

김동명의 미트에는 ‘야구 바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실제로 그는 야구만 생각하는 바보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휴일에도 약속이 없으면 홀로 훈련을 하곤 한다. 지난달 29일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는 팬 페스티벌이 열렸다. 김동명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내년이면 프로 데뷔 10년차인데, 아직 나를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 다음 시즌 부상 없이 잘 치러 ‘포수 김동명’이란 존재를 팬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웃었다. 영락없는 야구 바보의 미소였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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