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내 친구 ‘쌀’에게

“가을만 되면 또 난리니 농민도 딱하지만 언제까지 국민 세금으로 메울 거야”

“너무 열 내지마 얼마나 먹는다고 사람들 별 관심도 없어”

일전에 저녁자리에서 있었던 너에 대한 이야기야.

 

네가 왜 저녁 메뉴가 되었는지 알아보니,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더라. 지난 10년간을 보더라도 네가 아침밥 먹기 운동 등을 열심히 펼쳤지만 생산보다 소비가 더 빨리 줄어들었고, 관세화를 유예한 대가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은 매년 늘어 이제는 전 국민 소비량의 7%에 해당하는 40만9천톤이 되었단다.

이러한 결과로 풍흉에 관계없이 쌀이 남아도는 수확기 아픔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금년에도 작년보다 수확은 2% 늘었지만,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 때문에 수확기 가격이 많이 하락하고 있어 걱정이 많다.

 

너도 흑인해방인권지도자였던 마틴 루터킹목사 잘 알지?

루터킹목사는 1963년 링컨대통령의 흑인해방선언 100주년을 맞이하여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라는 명연설로 인종 갈등 해결의 꿈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심어주었단다. 나는 요즈음 너의 꿈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대한민국이 고도 경제성장을 향해 뜀박질하던 60~70년대, 네가 들려주었던 주곡자급의 꿈은 우리의 염원이었단다.

 

친구야! 희망과 성공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너의 꿈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네가 아무리 정부에게 매달려도 정부가 그 꿈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너도 잘 알겠지만 너의 꿈이니까는 네가 꾸어야겠지. 그래도 누군가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친구야! 정부가 지난해 관세 유예화 대신에 관세율을 513%로 정하고 이를 WHO에 통보함에 따라 이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요구대로 관세율이 정해지면 시장개방 충격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더라. 

그렇지만 관세 보호효과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여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 틀을 짜야 한단다. 쌀 소득 보전직불제 공공비축제 등 정부의 제도도 손보아야 하겠지. 그동안 숱하게 희자 되었던 쌀 소비 캠페인, 쌀가공식품개발, 북한 인도적 지원 등도 하나하나 검증의 돋보기로 들여다보기 바란다.

 

친구야! 어제 ‘김’을 만났는데, 김에게 너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듣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도 한때 너처럼 어려움이 있었는데 요즈음에는 미국, 중국 등으로 수출을 많이 한다며 자랑하더라. 3억불 수출이 코앞에 다가왔다고 하니 김은 명실 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먹거리가 된 것 같구나.

 

친구야! 그렇다고 너무 쫄지는 마라.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북간도 등으로 쫓겨 갔던 우리 선조들이 볍씨를 소중히 품 안에 넣고 가서 벼농사의 기적을 일으켰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너를 응원하고 있잖니. 너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싶은 거야!

 

박종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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