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띠(帶)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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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란 사람 몸의 어떤 부분에 바깥으로 두르는, 폭이 좁고 긴 헝겊이나 가죽으로 만든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주로 용도는 허리를 묶거나 머리를 묶어 바지나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거나 아이를 업을 때 쓰이는 등 옷이나 몸을 고정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또한 띠의 색상이나 너비의 차이로 권위와 상하 관계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삼국시대에는 의복을 정돈하는 실용적 차원과 신분을 구분하기 위해 띠를 사용했다. 

고구려의 띠는 베나 비단 종류로 만든 포백띠로 귀인은 폭이 넓은 띠, 서민은 폭이 좁은 띠, 천민은 실을 꼬아 만든 띠를 사용했다. 백제에서도 복식제도가 확립되면서 띠의 색을 달리하여 신분을 구별했으며 신라에서는 여기에 금속장식을 더하여 사용했다고 한다.

 

그 외 태권도에서는 띠의 색깔로 품계를 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또한 띠는 결의의 상징으로 상대와의 투쟁, 극기의 필요성을 나타내는데 사용되기도 하는데 머리에 띠를 동여매어서 투쟁이나 결심을 나타내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띠에는 재미있는 띠도 있는데 수학에서 사용되는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밖의 경계가 없는 2차원의 띠로, 시작점에서 직선으로 가다보면 띠의 모든 지점을 지나 다시 시작된 지점과 만나게 된다.

 

이처럼 띠는 용도나 응용이 다양한데 그 중 생명과 관계된 띠가 안전띠이다. 차를 탈 경우 법에 따라서 의무적으로 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있는 데, 아직도 우리나라의 경우 운전자 10명 중 3명은 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차량의 안전띠 착용율은 73% 정도이고 뒷좌석은 10%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본 독일 등 교통 선진국들이 전체 90% 이상, 뒷좌석도 70~80%인 것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수준이다.

 

고속도로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19.4%, 운전석 86.7%와 조수석 79.1%로 주요 교통선진국보다 크게 낮아 교통사고 시 치사율을 높이고 있는 형편이다. 교통사고 시 안전띠를 착용할 경우 사망률은 안전띠를 매지 않았을 경우 사망률보다 무려 40%이상 감소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10명이 탑승한 차량이 사고가 났을 때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면 10명 전원이 사망할 사고라도 안전띠를 맸을 경우는 최소한 4명 이상은 무사할 수 있다는 것이니 주목해봐야 할 대목이다.

 

최근 교통안전공단의 승용차 충돌 시 안전띠 착용 여부에 따른 위험성을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안전띠를 매지 않은 승객의 부상위험도 적게는 5배 많게는 20배나 되고, 어린이는 48배로 그 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일본의 실험에서는 안전띠 착용 여부에 따라 치사율이 운전석 53배, 조수석 14배, 뒷좌석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발표된 바 있다.

 

이처럼 중요한 안전띠를 왜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설문조사에 의하면 80% 이상이 안전띠를 매지 않는 이유로 귀찮고 불편해서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단지 귀찮고 불편하단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담보로 걸기에는 너무 무모한 도박이 아닐까 싶다. 만일 안전띠가 아니고 삼국시대와 같이 자신의 귀족신분을 나타내는 띠였다면 굳이 안전띠를 매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모두 착용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할 수 없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법이나 제도를 만들어 시행해도 국민 스스로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법과 제도는 무용지물이고 되고 마는 것이다. 

약간의 귀찮고 불편함을 참느냐 못 참느냐에 따라 생사의 갈림길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안전띠 착용에 대한 인식이 좀 달라지진 않을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띠 중에서 안전띠는 무엇보다 더 중요한 생명을 보호하는 띠라는 국민 모두의 공감대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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