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국가적 위기 속 묵묵히 소임 다해… 공공의료 선도적 역할
더욱이 인접한 병원들에 비해 의료 시설이나 인력 등 각종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어 비교당하고 외면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난 5월,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당시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수원병원은 민간 병원들이 손사래치는 환자를 치료들을 도맡으면서 천덕꾸러기 아닌 영웅이 됐다. 가려져 있던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이 드러나고, 이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수원병원은 시민들의 지지 속에 전국 공공의료계 롤모델이 되는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빛난 수원병원
치료백신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 발생 당시, 민간 병원들은 환자를 기피했다. 내로라하는 대형병원부터 조그마한 개인병원까지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수익에 타격을 입을까 봐 쫓아내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민간 병원이 열만 나는 환자까지 진료를 거부하거나 응급실 폐쇄에 급급할 때, 경기도의료원이 나섰다. 특히 도의료원 본부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위치한 수원병원이 메르스 중점 치료센터를 자처했다.
공공의료원으로서 당연한, 그래서 조용한 선택이었다. 수십 명의 의료진이 집에도 가지 못한 채 긴 시간 통제된 공간에서 숙박하면서 치료에만 집중했다. 당시 수원병원이 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것은 총 67명에 달한다. 완치 퇴원한 환자는 20명, 관찰 중 퇴원한 환자는 39명, 확진 판정을 받고 전원한 환자는 2명, 관찰 중 사망자가 1명, 확진 사망자는 0명이었다.
묵묵히 공공의료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 아이러니하게도 국가적 위기 상황이 제 역할을 한 수원병원을 돋보이게 했다. 수원병원 앞에는 플래카드와 리본 등이 걸렸다. 수원 시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의료진과 환자를 격려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진정 당신이 애국자입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메르스로 고생하시는 당신 곁에 우리가 늘 함께합니다.”,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꼭 쾌유를 기원합니다.” 등의 내용이었다. 수원병원이 건립된 지난 1910년 이후 최초의 일이자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 사건이었다.
이와 관련 유병욱 수원병원장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하고 감동적이었다”면서 “시민이 공공의료원인 수원병원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 지 명확해진 사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묵묵히 소리 없이 지켜온 공공의료서비스, 전국 평균 이상 기록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수원병원은 공공의료원으로서 자리를 지켜왔다.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매년 발표하는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에 따르면 수원병원은 지난 2013년 전국 평균 68.1보다 높은 70.5에 B등급을 기록했다. 경쟁 상대가 많고 막강한 도심형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B등급을 마냥 부끄럽게 볼 수 만은 없다.
수원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전국의 국립대와 전국지방의료원 등 176개 공공의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공보건의료계획 시행 평가’ 결과에서도 전국 평균 65.5 보다 5.2점 많은 70.7을 기록했다.
다양한 시민 대상 공공의료사업들이 전국 평균 이상의 결과를 이끌었다. 수원병원은 2015년 9월말까지 환자를 직접 찾아가는 가정간호사업(1천993회), 무료이동진료(1만3천752명), 노숙인 무료진료(1천736명) 등을 벌였다. 외국인근로자 무료 진료(221명)와 중증장애인 치과진료(2천133명) 등 의료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사업도 적극 추진했다.
병원 로비에 조성한 카페를 장애인에게 무상제공한 것도 눈에 띈다. 수익보다 공공성을 추구하는 수원 병원의 방침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다. 또 만성질환 예방의 중요성이 전 사회적으로 강조되는 것을 반영해 건강증진센터와 국제 건강증진병원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수원병원 건강증진센터는 다양한 검진프로그램을 운영, 지난 9월말까지 1만6천144명이 검진을 받았다. 월 평균 검진자 수 1천800명을 기록해 전년도 검진건수인 3만652건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 건강증진병원 활성화를 위해 금연, 운동, 절주, 예방, 영양 등의 5개 실천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활동을 적극 벌였다. 지역 보건소와 연계해 병원 로비에서 지역주민들을 무료로 상담해주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절주 등의 예방활동을 진행했다.
이 밖에 대학병원, 지역 보건의료기관, 시ㆍ군 유관기관, 해외 의료기관 등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의료계 사회안전망으로 발돋움한다
메르스 사태는 수원병원이 수행해 온 공공의료원의 역할과 중요성을 외적으로 부각하는 기회가 됐지만, 열악한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148병상에 16개과를 진료하는 수원병원으로서는 중증환자를 진료할 의료시설과 의료진 등이 부족해 대학병원과 서울의 공공의료원 등으로 환자를 전원해야만 했다.
유 병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병상수로 따지면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것이 10%에 불과하다”면서 “민간병원이 책임지는 구조인 셈인데, 항상 흔들림없이 맨 아래층을 받쳐야 하는 공공의료가 가장 약해 최전선인 사회 안전망이 불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원병원의 규모와 의료의 질을 높여 중증환자까지 이송없이 원스톱으로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메르스 사태를 온몸으로 겪은 수원병원의 향후 계획은 명확하다. 지역거점병원으로서 대형 또는 민간 병원들이 책임질 수 없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곧 도심형 병원으로서 차별환 전략과 맞닿아있다.
이에 2016년부터 포괄간호서비스 25병상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3병동 46병상을 운영중이며, 가동율은 90%를 기록하고 있다. 공공병원으로서 완화의료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소외계층에 대한 진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보호자 없는 병실을 중측해 취약계층의 간병비용 부담도 덜 수 있게 된다.
공익적 보건의료 서비스 활성화도 추진한다.
노숙자, 다문화가정, 유인도서 등 의료사각지대의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 의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확대한다. 더불어 무한돌봄사업과 취약계층진료비 본인부담금 지원사업 등 특화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지연주민을 대상으로 한 보건교육과 건강증진 캠페인 등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다.
공공의료사업에 치중하다보면 수익성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유 원장은 “공공의료계가 ‘착한적자’ 논리만을 내세우기에 어려운 상황인 만큼 대책으로 ‘삼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전 직원의 전문화, 민간병원과의 차별화, 시민과의 친화가 그것”이라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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