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활 속 작은 행복, 도시농업

무소유와 자연에서 삶의 즐거움과 가치를 찾았던 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주의 사상가이자 실천가였던 참 스승 법정스님은 살아계실 때 늘 자연과 교감하고 인적 없는 오두막에서 손수 채마밭을 가꾸며 간소하지만 충만한 삶을 살다가셨다.

 

벌써 법정스님이 입적하신지 5년 반이란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시공간을 넘나들며 영혼을 적시는 스님의 가르침은 아직까지도 우리의 가슴 속에 살아있고 스님의 삶을 실천하려는 분들이 늘어 가고 있어 우리 사회는 희망적이다.

 

대표적으로 ‘도시농업’이라 불려지는 3평의 텃밭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서로 교감하고 나눔을 통해 행복을 찾고자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삭막한 도심 골목길에는 녹색식물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법정스님의 입적과 비슷한 시기에 국민들의 행복과 풍요로운 삶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안전먹거리 확보와 취미·여가 활동으로 농사체험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 5년간 보고, 가꾸고, 먹고, 즐기는 생활 속 농업이라 표현할 수 있는 도시농업은 관련단체 주도의 시민운동과 정부, 지자체에서의 제도마련 등을 통해 참여자와 텃밭면적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2010년 15만명 수준에서 지난해 108만명을 넘어 7배나 증가했으며, 도시텃밭 면적도 지난해 668ha로 같은 기간 동안 6.4배나 증가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도심 곳곳에서 도시농업 관련 박람회, 축제 등을 개최해 소통·공유하는 모습은 과거에는 보지 못하던 새로운 모습이다.

 

도시농업은 이제 단순한 먹거리 생산과 여가 활동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겐 인성이 개선되고, 어른들은 채소, 꽃 가꾸기 등으로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고, 노인에게는 소일거리 제공 등 다원적 기능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더불어, 지역사회 공동체 회복, 도시환경 정비 등 문화예술 부문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돼 가고 있다.

 

텃밭활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농업·농촌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를 공유함으로써 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소비해 농업인에게는 경제적 도농상생기반을 확고히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학교 텃밭 체험교육을 통해 유소년들의 올바른 인성과 식습관 형성 등 미래세대에 대한 정책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과 가치에도 불구하고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해 상호협업에 의한 제도적 기반 구축 등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도시농업과 일반농업의 생산 활동이 경합된다는 농업계 일부의 부정적인 인식 극복이다. 농업인단체, 도시농업단체, 소비자단체 등이 더 많은 교류를 통해 농산물 소비 촉진 운동, 귀농·귀촌, 직거래장터, 로컬 푸드와 같은 관련 행사를 공동 개최하는 등 도농상생 사업을 확대 추진해야 한다. 

둘째, 농작물의 경작·재배로만 개념이 한정돼 다양한 순기능이 포함되도록 외연 확대가 필요하다. 도시녹화, 정원, 생활원예, 원예치료 등의 기능을 포함시키고 양봉, 곤충, 소동물 등으로 소재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도시농업 활동 공간을 도시농업육성법에 도시지역과 관리지역이라 명시하고, 시행령에는 도시지역으로 돼있기에 이들을 일치시켜야 한다. 넷째, 도시농업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의 가치를 더하는 생활밀착형 연구개발이 더욱 추진돼야 한다.

 

앞으로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농촌진흥청과 농식품부 등 관련 부처, 지자체, 민간단체와 효율적인 정책 파트너십과 거버넌스를 통해 도시농업인과 일반농업인간 상호 이해와 협력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활밀착형 도시농업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통해 도시민의 건강과 행복, 농업인의 경제적 기회가 확대됐으면 한다.

 

박동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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