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풍년이 와도 기쁘지 않은 농촌의 현실

벌써 3년째다. 하늘의 축복이 있어 올해도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켜가고 햇살의 넉넉함도 두 배로 줘 풍작이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15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32만7천t으로 작년 쌀 생산량 424만1천t 보다 8만6천t이 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쌀 생산량은 492만t을 기록했던 200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올해 벼 재배면적이 전년대비 2.0% 감소한 79만9천㏊에 그쳤는데도 기상여건이 좋다보니 쌀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다.

 

풍년이 왔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수매가격 하락과 쌀값이 계속해서 내리기 때문이다.

올해 경기도내 21개 RPC조합 중 절반을 조금 넘는 12개 조합평균 수매가는 조곡(粗穀·수확한 그대로의 알곡) 40㎏ 당 5만9천625원이다. 지난해 전체 RPC조합의 평균 수매가 6만2천657원과 단순 비교했을 때 3천32원(4.8%) 하락한 수준이다. 쌀값도 마찬가지다. 지난 5일 산지 쌀값이 80㎏ 한가마당 15만1천644원이었는데 10일전인 10월 25일 보다 2천488원 떨어진 가격이다. 지난해 11월 5일과 비교하면 10% 가까이 낮아졌다. 정부가 10월 26일 쌀 20만t에 대한 시장격리를 발표했음에도 쌀값이 반등되지 않고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 방법은 쌀 소비량 증가밖에 없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9년 74kg에서 2014년 65.1kg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1970년 136.4kg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쌀 생산은 늘어나는데 소비가 줄어드니 당연히 쌀값이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먼저 아침밥 먹기 운동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과 쌀 소비를 확대시키는 한편,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한 간편식 쌀 가공식품 개발이 필요하다. 쌀을 가공해서 팔면 부가가치가 5~10배가 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게다가 쌀가루는 보리, 밀 등의 곡류에 존재하는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이 없어 최근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을 중심으로 ‘글루텐 프리’ 식품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하니 해외시장을 겨냥한 쌀 가공식품 수출까지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꾸준한 쌀 소비 캠페인도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학교급식에 ‘최고로 좋은 쌀’을 공급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좋은 쌀로 밥을 지어 먹임으로써 ‘쌀밥은 맛있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식습관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쌀 소비촉진운동에도 적극적이다. 쌀 소비 홍보를 위해 임산부용 모자(母子)수첩에도 쌀 광고를 하고 ‘쌀밥짱’이라는 캐릭터 개발과 고교생 요리경연대회 개최, 밀가루의 10%를 쌀가루로 대체해 사용하자는 ‘R10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도쿄 중심부의 쌀밥 박물관까지 활용중이다. 우리의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식품에만 국한하지 말고 기능성 화장품 시장에도 눈을 돌리는 시도도 필요하다.

 

쌀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지탱해 준 생명줄이며, 혼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식생활 환경에 맞는 쌀 소비 방안을 발굴하고 국민적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원욱희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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