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초 작은 구멍을 봉해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한번 외부 공기에 닿아버린 도마뱀 새끼는 서서히 썩어들었고 형태가 녹아내렸다.
필자는 이 부분을 읽으며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한 사안이 겹쳐 떠올랐다. 현재 대법원에 올라 있는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 사건’에 대해 경제계, 특히 중소기업계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사안은 단순하다.
지난 수십년간 기업들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정부의 유권해석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근로자들의 휴일근로에 대해 일정 부분의 가산수당만을 지급해 왔는데, 이러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정식으로 인정해 추가적인 가산수당을-그것도 지난 몇 년간을 소급해서-지급해달라는 것이다.
1991년 대법원 판결이래 20여년간 특별한 법적 분쟁이 발생한 적이 없었는데 최근 몇몇 하급심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관행과 배치되는 판결이 나오자 향후 있을 대법원 판결에 모든 기업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제상황이 우려스러우며 앞으로의 전망 또한 밝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추가적인 부담이-그것도 일정기간 소급해서-생긴다면 이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중복할증이 인정될 경우 일시적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부담은 약 7.6조원이고 이중 5.3조원이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한단다. 많은 기업이 도산위기에 빠질 수 있음은 뻔한 일이다. 일각에선 당연히 부담해야 할 비용이고 휴일근무는 점차 줄여나가야 하며, 어차피 한계기업은 정리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업종에 따라서는-주말에 해외에서 오더가 나와 주초까지 납품해야 하는 섬유 등 업종을 생각해보라-휴일근무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한해 벌어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의 비중이 지난해 32.1%로 2013년(31.3%)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봐도 이런 현상이 일부 업종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다행히 이번 사안의 중요성이 인정돼 이번 사안이 대법원 전원합의부에 넘겨져 이 문제를 좀 더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 하니 천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근로자들의 복지도 중요하고 이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에 대응한 보상을 충분히 해주자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인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최소한 그동안 정부의 지침과 판례를 믿고 성실하게 기업해온 분들의 신의는 지켜주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창조경제도 근본적으로 기업이 하는 것이고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혹시 얼마나 더 견딜 수 있나 찔러보는 차원에서 무리한 요구가 계속된다면 기업이라는 계란이 깨져버릴까 우려된다. 현명한 판단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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