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가 노출시킨 우리나라 질병관리시스템의 문제점들 중 대표적인 것은 ‘환자 진료정보 공유시스템 부재’로 초기 진압에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환자와의 문진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메르스 감염환자가 여러 병원을 내원하는 것을 막지 못했고 감염경로 파악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의 대안으로 전자건강보험증(IC카드)이 제기되고 있는데, 외관은 IC칩을 부착한 신용카드만한 크기의 카드로 표면에는 본인사진과 이름 등 최소한의 정보만을 표기하는 전자건강보험증은 카드에 내장된 IC칩을 통해 의료기관 방문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므로 메르스 사태와 같은 대규모 감염질환 발생 시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여부와 감염경로 등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전자건강보험증의 장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타 의료기관 이용 시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 중복촬영 방지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으며, 응급환자의 만성질환정보, 약품 부작용 등을 신속·정확하게 확인하고 처치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전자건강보험증은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막는 효과도 불러 올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5년간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과 재외국민 등의 건강보험증 도용은 17만 건, 약 48억 원에 이른다. 적발 되지 않은 건을 고려했을 때, 이에 따른 재정누수 규모는 매우 클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14년 기준으로 종이 보험증은 약 2천만 건, 총 57억 원이 소요됐지만, 정작 병원에서는 주민등록번호만 확인하다 보니 종이 건강보험증의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무용지물이 된 종이보험증 대신 전자보험증을 사용하게 된다면 분명 많은 행정력과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전자카드 도입 추진이 중단된 뒤로 15년간 논의단계에만 머물러 있었는데, 이처럼 전자건강보험증의 많은 장점에도 도입되지 못한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을 염려하는 시민단체의 반대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IC카드를 도입하면 반드시 카드가 있어야 접근이 가능하므로 오히려 개인정보 보안수준이 강화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IC카드를 먼저 도입한 독일과 대만의 경우 개인 의료기록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IC카드 외에 의사카드와 의료기관카드를 동시에 읽어야 가능한 ‘3중 보안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이미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하고 있는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하고, 우리나라의 발전된 보안기술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종식하고, 보다 안전한 전자건강보험증의 혜택을 전국민이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김명중 협성대학교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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