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제이 맥스는 부유층보다는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쇼핑센터다. 물건을 골라 계산대에 가서 계산하려 카드를 주니 직원이 나에게 묻는다. “You wanna donate 1 dollar?” 1달러를 기부할 거냐고 묻는 거다. 가끔은 월마트(Walmart)의 점원들도 계산시에 기부여부를 묻곤 했다.
기부하겠냐는 물음에 나는 머뭇거렸다. 지금까지 기부를 해 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혹시 이 기부금이 과연 어렵고 힘든 사람들한테 제대로 전해지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부터 떠올랐기 때문일까? 놀라운 것은 옆에서 지켜보니 계산하면서 1달러를 기부하는 미국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었다.
비단 ‘티제이 맥스’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자주 애용했던 또 다른 쇼핑센터는 ‘굿윌(GOODWILL)‘이었는데 판매하는 물건들 대부분이 십시일반 기부받은 것들이었다. 수익금도 좋은 곳에 쓰인다고 한다. 그들에게 기부는 돈 많은 사람이나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렇다면 작은 기부에도 어색해 하는 우리에게 과연 정치후원금 기부는 어떤 의미일까? 사실 긍정적이진 못하다. 잊어버릴 만하면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검찰조사를 받거나 처벌받았다는 소식들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후원하는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것은 요원한 일로 치부될 수밖에 없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개발하는데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을 때는 어떻게 될까? 검은 유혹에 빠질 수 있지는 않을까? 반대로 정치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면 굳이 검은 유혹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어지고, 그들이 우리를 위한 의정활동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정치후원금 제도는 바로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 과거 정경유착이나 거액의 뇌물과 같은 후진적인 정치행태에서 탈피하기 위해 보다 원활하고 공식적인 정치자금 모금 통로를 마련해 주되, 모금과 사용에 있어서 투명성을 높이고자 함이다.
소액다수의 정치후원문화 정착을 위해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면 최고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를,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비율에 따라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모금과정과 사용처에 대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도록 하여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고 있다.
특정 정치인에게 직접 기부하기 꺼려지는 국민들은 선거관리위원회에 후원금을 기탁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 기탁금은 일정 비율로 각 정당에 배분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소액 기부금을 모아주는 것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참여하는 것이며, 이를 받은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뜻이 어떠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은 그 정치자금이 올바르게 모아지고 올바른 곳에 사용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감독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후원금 제도가 본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정치후원문화의 정착일 것이다. 투명성 제고를 통해 우리 정치가 보다 민주적이고 선진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해 가길 기대해 본다.
정기연 부천시오정구선관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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