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대방 존중배려, 성숙한 시민의식 아쉬워

이준형.JPG
광명시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주정차, 노점상, 광고물 등 단속업무만을 전담하는 지도민원과가 있다. 지도민원과의 주 업무가 단속이다 보니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을 접하게 된다.

 

인구 35만 명의 광명시에서 1년 동안 불법주차 단속만 10만 건이 넘는다. 물론 이 10만 건 중에는 외지에서 온 차량도 다수 포함되어 있겠지만 1년에 3.5명당 1명꼴로 불법주차로 인해 단속이 된다는 얘기다. 

생활공간으로 조성된 주택가의 이면도로는 무질서한 주차장으로 전락하여 보행권 확보와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 주차단속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를 하는 경우는 불법행위에 따른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상황인식 보다는 ‘왜 나만 단속 하냐’며 역 민원을 제기하기 일쑤다. 심지어는 단속 공무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심한 욕설을 하며 신체적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현재 광명시에는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노점상이 83개소가 있다. 매일 현장 단속요원들이 신규발생 노점상을 억제하기 위해 순찰활동을 하면서 단속을 펼치고 있다. 단속원이 현장에 가면 치우지만 지나가면 곧바로 원상복귀 된다. 계도만으로 안 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과태료를 부과하고 나면 하루 벌어 하루 먹기 살기도 힘든데 너무한다고 하소연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중심 상업지역에는 차량노점을 비롯한 인도위에 상품을 진열하고 장사를 하는 불법 노점상들이 기승을 부린다. 오죽했으면 길거리에 나와 이렇게 장사를 하겠냐며 먹고살 수 있도록 봐달라고 애원을 한다. 단속을 하는 공무원도 맘이 편치는 않다. 하지만 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광명시에서는 1주일에 1회 합동단속을 통해 불법간판을 수거하고 있지만 근절이 잘 안 된다. 불법 간판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상인들과 마찰은 불가피 하다. 갖은 욕설은 물론 심지어는 몸싸움도 벌어진다.

 

사무실에서는 하루 종일 전화민원에 시달린다. 대부분 단속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는 전화와 단속을 요구하는 전화다.

특히 주차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구도심 지역에서는 통행 불편을 이유로 단속을 요구하는 민원과 주차 공간 부족을 이유로 주차단속에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이 끊임없이 서로 충돌한다.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불법주차를 용인할 필요성도 있는데 각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단속하는 공무원은 그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속을 한다. 단속을 당해 기분이 좋을 리 없겠지만 막무가내 식으로 화풀이를 해 댈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또한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단속을 해야 할 필요성도 있는데 다른 사람의 입장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당장 자신의 불편함만 생각하고 단속을 요구하는 것도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 모두 성숙한 시민의식의 결여에서 나오는 문제다.

 

인구 422만 명의 작은 나라지만 선진국으로 우뚝 선 강한나라 싱가포르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결과다. 위법행위를 했을 때 반드시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는다. 가볍게 다뤄질 경범죄에 대해서도 선처란 없다.

 

한 나라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물질적 풍요보다도 더 중요한 선진국이 되기 위한 기본 자질이다. 우리나라의 공중질서 준수를 비롯한 사회지표는 아직도 세계적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제 세계화 시대, 즉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개인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선진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초질서를 잘 지키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준형 광명시 지도민원과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