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지지 않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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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유모였던 터만 남은 생가에는

꽃분을 흠뻑 발라 더 이상 늙지 않는

영원히 지지 않으실 할머니만 피어있다

인적은 사라지고 피던 꽃도 멈춘 곳에

호령하며 넘친 기백 다소곳이 묻어두고

화사한 꽃의 神되어 수줍게 웃으신다

거친 손 끝에 피운 수 백 가지 꽃들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넘치던 정 퍼 나르며

꽃등불 높이 드시고 가슴 가슴 채우셨다

꽃과 함께 거듭나신 넓고 깊은 뜻을 몰라

고사리 재롱변해 안겨드린 실망 앞에

올리던 기도 소리만 더 쟁쟁히 키우셨다

쥐셨던 호미자루 이 손으로 다시 들어

져버린 꽃 피워 내고 묵은 향 다시 살려

이제야 용설 빕니다. 빈 가슴 또 비웁니다.

1992년 <현대시조>로 등단. 한국문인협회•한 국시조시인협회•현대시조•전국공무원문학회 회원. 경기시조시인협회 감사. 시조집 『고독의 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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