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17세기에 세계 각지와의 교역을 통해 유럽의 주요 국가로 발돋음했다. 이 시기를 네덜란드에서는 ‘Dutch Golden Age’라 부르는데 하멜은 바로 그 시절에 네덜란드 동인도(東印度)회사 직원이었다. 그가 승선한 선박은 1653년(효종 4년) 8월 대만을 떠나 일본으로 가던 중 제주도 인근에서 태풍을 만나 좌초됐다. 이들은 제주도에 표착해 13년의 시간을 조선에서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조선을 탈출한 하멜은 조선에서 보낸 시간을 정리해 회사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보고서가 1668년 암스테르담에서 책으로 출판되면서 조선이 유럽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그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하멜표류기’라 불리고 있다. ‘하멜 조선체류기’가 더 적절한 제목인 것 같다.
네덜란드에는 백자에 청색으로 무늬 또는 그림을 그려 넣는 도자기가 유명한 델프트(Delft)라는 도시가 있다. 1650년대 이후 많은 도자기 업체가 생기면서 델프트에서 생산된 도자기들은 ‘델프트 블루’라 불리며 유럽의 대표적인 도자기 브랜드가 됐다.
지금은 오직 한 업체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1919년 국왕으로부터 ‘로얄’명칭 사용을 허가받아 이후 ‘로얄 델프트 블루’라 불리우며 네덜란드의 대표적 아이콘의 하나가 됐다.
‘로얄 델프트 블루’는 하멜 일행이 제주도에 표착한 1653년 개업했다. 그러한 인연 때문이었을까. 하멜하우스가 네덜란드의 국적기 항공사인 KLM(세계최초 민항)의 올해의 ‘델프트 블루 하우스’로 선정됐다. KLM의 창립 96주년 기념일인 지난 10월 7일 호리쿰시에서 올해의 델프트 블루 하우스 선정 발표 행사가 거행됐다.
KLM은 1950년대 초반부터 네덜란드에서 유서 깊은 건물 또는 가옥의 미니어처를 델프트 블루 도자기로 제작해 비즈니스석 승객들에게 네덜란드 전통술을 담아 사은품으로 증정하고 있다. KLM 블루 하우스 미니어처는 네덜란드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수집하는 전문수집가도 있다고 한다.
블루 하우스로 선정되면 홍보효과도 높아 KLM은 네덜란드 내 도시 또는 기업들로부터 자신들의 건물을 델프트 블루 하우스로 선정해 달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필자는 6월 하멜하우스 개관식에 참석해 참석자들이 하멜의 제주도 표착 시기에 대해 감을 갖도록 하멜은 ‘로얄 델프트’ 도자기 회사가 세워진 바로 그해 우리나라에 왔다고 알려줬다. 이후 KLM 행사에서는 하멜과 ‘로얄 델프트 블루’의 인연이 이미 그때 맺어진 것 같다고 하였다.
네덜란드는 17세기에 하멜의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널리 알렸는데 이제 하늘을 오가는 KLM 델프트 블루 하우스를 통해 하멜과 인연을 맺은 우리나라를 또 한 번 널리 알리게 됐다. 앞으로 1년간 KLM 비즈니스석 승객들은 아름다운 하멜하우스 미니어처를 증정 받는데 우리의 공공외교에 있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KLM 하우스 선정 발표행사에서 하멜하우스 관계자들과 KLM 측에 심심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하멜재단은 향후 하멜하우스를 한국 문화 소개 공간으로 활용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대사관은 이에 협조하고자 2009년 10월 협력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하멜하우스가 KLM 델프트 블루 하우스가 됨에 따라 한국 문화 소개 활동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을 여행하시는 경기도민들께서는 기회가 닿으면 하멜하우스(암스테르담에서 차로 1시간 30분)를 방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최종현 주 네덜란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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