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만화에서 악당을 물리치던 절대선의 존재가 어디엔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피식 실소가 머금어지면서 문득 노자가 말한 ‘상선약수(上善若水)’가 떠오른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데, 미담이 사라진 세태와 현재의 극심한 가뭄이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인류의 삶의 터전인 지구의 70%는 물로 덮여있다. 이 중 염분이 많아 사용할 수 없는 바닷물, 만년설 형태로 존재하는 물과 지하수를 제외하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전체의 1%도 안 되며, 이 적은 양의 물을 지구촌 60억 인구가 나누어 사용하고 있다.
국제인구행동단체(PAI)는 세계 각국의 연간 1인당 가용한 재생성 가능 수자원량을 산정하고 이에 따라 물 기근(water-scarcity), 물 부족 (water-stressed), 물 풍요(relative sufficiency) 국가로 분류 발표하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1,245㎜)은 세계 평균(880㎜)보다 많으나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해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수준의 8분의 1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1990년 연간 1인당 재생성 가능 수량(水量)이 1천452㎡로 이미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었으며, 2025년에는‘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전망의 현실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으나 현재 물 부족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범국가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는 41년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물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수도권의 젖줄인 소양강댐, 충주댐의 저수율이 45%에도 못 미치며, 충남 보령, 서천, 서산, 홍성, 태안, 청양, 예산 등 충남 서해안 8개 지자체에 식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이 역대 최저인 22%대로 떨어졌다.
이에 K-water와 지자체 공무원들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물 절약 캠페인을 펼치며 대국민 홍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물 절약 캠페인이 어찌 충남 서해안 8개 지자체만 대상이겠는가. 당분간 충분한 양의 강우예보가 없어 가을에도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측되며 이 때문에 전국적인 가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상수도보급률이 98.5%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수도꼭지를 틀면 언제든지 항상 건강하고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물의 가치를 소홀히 생각하고, 물의 진정한 가치를 잊게 하는 원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에 K-water는 캠페인을 통해 물 절약에 대한 국민의식 제고 및 물 절약 동참을 호소하는 한편 전사적으로 변기 절수기 설치 등을 통해 물 절약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이 난국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도는 국가나 기업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솔선수범해서 물 절약을 생활화 하는 것이다. 뉴스를 미담으로 채우는 것도, 가뭄을 극복하는 것도 결국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실천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종석 K-water 팔당권관리단 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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