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날은 기념식에 이어 정부에서 문화발전 유공자를 포상하며 연극·무용 등 기념공연 및 강연회 등을 개최한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는 10월을 ‘문화의 달’로 정해 대한민국미술대전·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등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각종행사를 하고 역사적 인물 1인을 ‘이달의 문화인’으로 선정하는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하기도 한다. 또한 문화융성이 국정기조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매월 국민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각종 행사를 추진하고 있어 가히 문화의 전성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자. 우리 문화의 정체성 회복이나 우리 문화의 국제화 측면, 그리고 예술인의 삶에는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점도 인정해야 한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축조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로 위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성이 결여된 정치장관들의 미숙하고 변죽만 울리는 정책, 시간만 때우며 윗사람 눈치만 보며 기다리는 관료들의 행태는 창의적 발상보다는 권력의 정책 홍보에 급급하다는 인상마저 주게 된다.
대통령 임기 내에 몇 차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사람도 정책도 따라 변한다. 역대 장관들의 스타일 만큼 추진했던 비전은 다양했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장관의 이름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예술의 창조와 자유가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라 형식과 예산이 지배하는 불편한 구조에서 우리 문화계의 발전은 요원한 얘기로까지 들린다.
지금의 문화예술계의 전반적 분위기는 체념과 무사안일 그 자체다. 창의적 발상으로 우리를 깨우는 움직임조차 없다.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결여된 채 그저 정부의 예산에만 안주하는 풍토가 만연한 것이다.
K-pop으로 대변되는 한류 열풍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화공연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정부의 문화정책이라는 것이 기업의 마케팅을 뒤따라가는 수준에 머무른 듯 보인다.
문화예술계의 시민사회단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시민문화단체들이 활발한 담론과 비판의 날이라도 세웠다. 그러나 이들이 일자리를 찾아다녀야 하는 현실에 맞닥뜨리면서 결국 문화에 대한 비판 기능은 점차 실종돼 가고 있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문화계를 취재하던 언론 역시, 발로 뛰며 취재 기사를 쓰던 열정은 사라지고 문화행사의 홍보 전달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문화계 현장에서의 각 종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거나 입을 여는 사람도 별로 없어 보인다. 공공기금지원 위탁 공모 창작 발표회에서 특정대학 출신들로만 발표회를 하는가 하면, 낙하산 기관장들이 문화계를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에 대해 오래된 관행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저 무감각한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이제는 문화계에도 손톱 밑의 가시를 뽑아야 할 때가 왔다. 문화에도 철학과 정신을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문화 글로벌시대로 가고 있다. 우리 문화의 독창성을 살리는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히 필요한 이유다.
문화에 기업이 주도하면 경제논리에 빠지고, 정치가 들어오면 모양내고 휘두르다 끝난다. 문화의 날을 맞이해 우리 문화계가 창의적인 발상을 가진 전문가들이 국민과 함께 살아있는 진정한 문화의 르네상스, 문화융성시대를 열어가기를 바란다.
김도헌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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