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경찰의 날에

해마다 10월21을 경찰의 날로 기념해 오고 있다. 특히 금년은 우리 경찰이 조국광복과 함께 출범한 지 70년이 되는 더욱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30년을 한 세대로 본다면 한국경찰이 2세대를 넘어 3세대로 접어든 지도 10년이 지난 셈이다.

 

아직 경찰 한 명당 국민 498명을 담당해야 할 정도로 힘든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한국경찰은 이제 과거의 경찰이 아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경찰이 아닌 국민을 섬기고 보살펴 주는 경찰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민도 더는 경찰을 껄끄러운 존재, 회피해야 할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시민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찰의 애환을 잘 이해하고 오히려 경찰도 시민의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로 인식해 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경찰 창설 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7월 말 전국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운영한 ‘청소년 치안 프런티어단’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핵심 열쇠는 국민과 경찰이 함께하는 ‘협력치안’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수원중부경찰서 관내에서도 명인중학교와 수성고등학교 학생들이 ‘치안 프런티어단’에 선발돼 활동했는데, 지난 8월6일 명인중학교팀 5명이 경찰서장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서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왔다. 한 학생은 ‘경찰관이 되고 싶은 꿈’을 자세히 적어서 건네주었다. 그 학생의 고민은 진지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찰시험을 준비하면 경찰관이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부모님으로부터 경찰대학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학습 목표를 새롭게 정했다’고 하며, ‘여학생은 소수를 뽑기에 경쟁률이 높아서 걱정’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중학교 2학년의 생각과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진솔함이 느껴졌다.

 

아직도 그 편지를 보관하면서 언젠가 학교를 방문하여 경찰에 대한 이야기와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해주리라 마음먹고 있다.

 

30여년전 필자도 대입을 앞두고 진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1984년 대입을 위하여 재수하던 시절에 당시 신생 국립대학인 경찰대학에 지원서를 쓸까 말까 고민하던 나에게 어느 선배는 “진흙탕에 들어가면 너만 손해다. 네가 노력한다고 얼마나 맑아지겠느냐”고 말하면서 경찰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선배의 말에 오기가 발동해 원서접수 첫날을 기다려 첫 번째로 원서를 접수, 관할 지방청에서 수험번호 1번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면접관이 물었다. “왜 경찰이 되려고 하느냐” 당시 미리 준비했던 답변이었기에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장차 선진조국의 선진경찰이 되어 나라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하고 싶습니다!”

 

지난 30년을 되돌아 나 스스로 얼마나 경찰다운 경찰이었나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나 자신부터 새롭게 경찰에 입문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남은 경찰생활에 더욱 충실하고자 다짐해 본다.

 

류영만 수원중부경찰서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