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기업·단체 ‘시대 역행’… 여전히 ‘어학성적’ 요구

채용 실태 살펴보니…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도입되는 등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막론하고 스펙을 초월한 직무역량 중심 평가가 확대되고 있으나 하반기 채용에 나선 일부 공기업과 단체들이 여전히 기초자격으로 어학성적을 요구하고 있어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기관은 ‘있으나마나’한 어학성적을 기준으로 내세워 취업준비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8일 공기업과 취업포털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하반기 채용이 진행 중이거나 접수가 마감된 공기업과 단체들 중 일부는 지원자격으로 토익 등 어학성적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6일까지 입사지원서를 접수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반직 100명을 선발하면서 토익 700점 이상, 텝스 555점 이상, 토플 79점 이상이라는 공인어학성적 기준을 뒀다. 23일 신규직원 채용 서류접수가 마감되는 코트라 또한 토익 850점(텝스 700점, 토플 100점) 및 토익스피킹 160점(OPIC IH) 이상을 모두 보유한 경우에만 지원할 수 있다.

 

특히 몇몇 기관은 인턴 선발이나 NCS를 도입했음에도 어학성적을 요구했다. 지난 15일 원서접수가 마감된 신용보증기금도 토익 500점, 텝스 416점, 토플 56점 이상 등 공인어학성적 보유자를 응시자격으로 공고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올 하반기 NCS를 기반으로 한 직무역량 평가에 나선다. 

그러나 사실상 의미가 없는 ‘토익 500점’이라는 성적이 없으면 NCS 기반으로 진행되는 2차 직무능력 평가조차 받을 수 없다. 18일 일반사무 신입인턴 접수를 마감한 대한상공회의소는 ‘토익 750 이상 및 이에 준하는 영어 인증시험 성적 보유자’를 지원자격에 내걸었다. 3개월 인턴 후 정규직 전환을 심사한다고는 하지만 인턴 모집에조차 영어성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취준생들은 이 같은 어학성적 기초자격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스펙초월 채용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공기업과 기관들이 지원자격에 어학성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취준생은 “사기업에서도 영어성적이나 자격증 같은 스펙 요구가 줄고 있는데 솔선수범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며 “실제 직무와 어학성적이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기업 관계자는 “일부 직무에서는 외국어 능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어학성적 또한 최소한의 지원 자격일 뿐 점수가 높다고 가점을 주거나 하지 않는다”면서도 “앞으로 직무능력 중심의 평가와 스펙초월 채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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